[한자 이야기]<502>爲政猶沐也, 雖有棄髮, 必爲之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政(정)은 치다의 뜻인 복(복)과 正(정)이 합해졌으며 쳐서 바로잡다가 그 본뜻이다. 正(정)은 발음요소를 겸한다. 爲政(위정)은 나라를 다스리다 또는 정치를 행하다의 뜻이다. 猶(유)는 원래 원숭이의 일종인데, 본뜻과 관계없이 ‘마치 ∼과 같다’의 뜻으로 흔히 사용된다.

沐(목)은 머리를 감다의 뜻이다. 몸을 씻다는 浴(욕)과 합해 沐浴(목욕)이 된다. 洗手(세수)의 洗(세)도 본래는 발을 씻다의 뜻이다. 沐雨櫛風(목우즐풍)은 비에 머리를 감고 바람으로 빗질한다는 뜻으로,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동분서주함을 비유한다. 櫛(즐)은 빗 또는 빗다의 뜻이다.

雖(수)는 ‘비록 ∼이어도’에 해당하는 접속사이다. 본래는 도마뱀의 일종인데 오늘날에는 이미 잊혀 쓰이지 않는다. 棄(기)는 거꾸로 태어나는 아이를 떨어내는 것을 나타냈다는 풀이가 통설이다. 抛棄(포기)나 自暴自棄(자포자기)처럼 버리다의 뜻이다. 唾棄(타기)는 침을 뱉듯 버리다, 즉 하찮거나 더럽게 여겨 돌아보지 않고 버림을 뜻한다. 여기서의 棄髮(기발)은 빠지는 머리카락을 가리킨다.

髮(발)은 머리카락이다. 머리털이 길게 드리워진 모양을 본뜬 표(표)는 부수로 쓰여 머리털과 관련됨을 나타낸다. 鬚髥(수염)의 鬚(수)는 입가의 털이며 髥(염)은 구레나룻이다. 爲(위)는 代動詞(대동사)로서 상황에 따라 여러 동사를 대신할 수 있다.

머리카락이 빠질까 염려되어 머리감기를 거부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두피와 머리카락을 건강하게 보호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정치를 머리감기에 비유한 점이 흥미롭다. 다만 바로잡는 역할이 본질인 정치를 오히려 가장 시급히 바로잡혀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韓非子(한비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