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88>士之相知, 溫不增華, 寒不改葉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相知(상지)는 사귐이나 관계이다. 溫(온)은 따뜻하다 또는 온화하다는 뜻이며 여기서는 처지가 좋음을 의미한다. 동사로는 데우다 또는 溫習(온습)처럼 익히거나 복습하다의 뜻이 있다. 溫故知新(온고지신)은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이다.

增(증)은 增減(증감)이나 增加(증가)처럼 늘리다 또는 늘어나다의 뜻이다. 오른쪽의 曾(증)은 일찍이의 뜻인데, 여기서는 단지 발음요소로 쓰였다. 贈與(증여)하다의 贈(증)이나 憎惡(증오)하다의 憎(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華(화)는 꽃잎이 아래로 드리워진 모양에 초(초)가 더해졌다. 꽃이나 精華(정화) 또는 화려함이나 빛남을 뜻한다. 中華(중화)처럼 중원지구의 옛날 명칭이자 동시에 漢族(한족)의 옛날 명칭이기도 하다. 華(화)와 花(화)는 구체적인 꽃을 가리킬 때만 통용된다.

寒(한)은 차거나 춥다 또는 겨울의 뜻, 정분이 식거나 냉담하다의 뜻, 가난하거나 천하다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처지가 어려움을 의미한다. 葉(엽)은 나뭇잎이다. 中葉(중엽)처럼 시기의 뜻, 枝葉(지엽)처럼 중요하지 않거나 부차적인 것의 뜻이 있다.

처지나 신분이 변하면 남에 대한 태도도 변하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선비의 사귐은 언제나 일정하다. 권력이나 이권의 간여 없이 순수하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이어서, “네 계절을 버티며 시들지 않고, 평지와 험지를 겪으며 더욱 단단해진다”고 했다. 또 唐(당)의 薛仁貴(설인귀)는 “군자의 사귐은 물과 같이 담담하다”고 했다.

크게 출세한 후에 남들이 바치는 술을 모두 마다하면서 오직 예전 어려울 때 사귄 王茂生(왕무생)이 보낸 맑은 물만을 받아 마시며 한 말이다. 諸葛亮(제갈량)의 좌우명 같은 글 ‘論交(논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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