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74>王者藏於民, 者藏於大夫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4분


(패,백)(패)는 제후 중의 우두머리이다. 남보다 우월하다 또는 盟主(맹주)가 되다의 뜻, 무력이나 권력으로 통치하는 정책인 (패,백)道(패도)의 뜻도 있다. (패,백)業(패업)은 제후의 우두머리가 되는 일, 爭(패,백)(쟁패)는 패업을 다투다, 制(패,백)(제패)는 패권을 차지하다의 뜻이다. 원래는 초승달의 빛을 뜻하는 글자로 독음이 ‘백’이며 月(월)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覇(패)는 속자이다.

王者(왕자)와 대비될 때의 (패,백)者(패자)는 상대적으로 못하거나 부정적인 의미이다. 즉 왕자는 천하의 통치자이고, 패자는 동맹을 맺은 제후 중의 우두머리이다. 왕자는 도덕으로 통치하는 존재이고, 패자는 무력이나 권모술수 따위로 통치하는 존재이다.

藏(장)은 저장하거나 간수하다 또는 숨거나 숨기다의 뜻이다. 여기서의 於(어)는 장소나 위치를 표시하는 전치사로 쓰였다. 民(민)은 본래 전쟁 포로나 노예를 가리킨다. 통제하기 위해 침으로 눈을 찌르는 것을 본뜬 섬뜩한 느낌의 글자이다. 지금은 주권자로서의 국민이나 시민을 뜻하지만, 고대에는 부려지고 통치되는 대상으로서의 백성을 가리킨다.

大夫(대부)는 최고위급 관직자인 卿(경)보다는 낮고 士(사)보다는 높은 품계에 속하는 이들로 고위직의 관료를 가리킨다. 후대에는 醫官(의관) 중에도 대부에 임명된 이가 있었으므로 의사를 지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조선시대에는 정일품부터 종사품까지의 관직에 붙였다.

이상적인 통치자는 국민에게 저장하고 패권자는 고관들에게 저장한다고 하였다. 또 나라와 집안을 망치는 자는 상자 안에 저장한다고 하였다. 물론 재물을 두고 한 말이다. 통치권자 아래의 소수가 아닌 많은 국민에게 富(부)가 저장될 때 신뢰와 지지 역시 그들에게 저장된다. ‘管子(관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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