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70>端本澄源, 滌瑕蕩穢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端(단)은 바로서다가 본뜻이다. 그로부터 端正(단정)하다 또는 정직하다의 뜻으로 확대됐다. 末端(말단)이나 尖端(첨단)처럼 사물의 끝 또는 시작이나 근본의 뜻도 있다. 여기서는 바로잡다의 뜻이다.

澄(징)은 淸澄(청징)처럼 물이 맑다 또는 잡물을 가라앉혀 맑게 하다의 뜻이다. 澄心(징심)은 마음을 가라앉혀 맑게 하다 또는 그런 마음을 뜻한다. 源(원)은 水源(수원) 또는 근원이다. 端本澄源(단본징원)은 근원을 바로잡고 깨끗이 정리하다의 뜻이다.

滌(척)은 洗滌(세척)처럼 씻다 또는 제거하다의 뜻이다. 瑕(하)는 옥의 티로 흠이나 결점을 뜻한다. 검은 반점이나 혹을 뜻하는 疵(자)와 합해 瑕疵(하자)가 된다. 蕩(탕)은 滌蕩(척탕)이나 掃蕩(소탕)처럼 씻거나 없애다의 뜻, 動蕩(동탕)처럼 흔들리다의 뜻, 放蕩(방탕)처럼 방종하다의 뜻, 浩蕩(호탕)처럼 넓거나 너그럽다는 뜻이 있다. 蕩平(탕평)은 완전히 평정하다의 뜻, 평탄하다 또는 넓고 치우침이 없다는 뜻이 있다. 蕩平策(탕평책)은 조선의 英祖(영조)가 당쟁을 척결하려고 각 정파를 고루 기용한 정책이다.

穢(예)는 잡초 또는 황폐하다의 뜻이다. 더러워지다 또는 더럽히다의 뜻, 더러움이나 오물의 뜻, 잘못이나 추악함 또는 악인의 뜻이 있다. 穢草(예초)는 잡초이다. 穢史(예사)는 역사를 더럽히다 또는 歪曲(왜곡)된 역사서의 뜻이다. 滌瑕蕩穢(척하탕예)는 흠결과 잘못을 없애고 새로워짐을 의미한다.

근본을 바로잡고 근원을 정화하지 못하면 전체를 바르고 깨끗하게 할 수 없다. 결점과 잘못을 씻어 일신하지 못하면 구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인이건 조직이건 묵은 문제가 여전하고 나아질 조짐이 안 보인다면 바로 위 구절의 실천이 절실하다. ‘舊唐書(구당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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