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방송 앞장 KBS 鄭사장 사퇴해야”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4분


최근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의 공동대표 의장을 맡은 이민웅 한양대 교수. 그는 “시민단체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KBS 등 공영방송을 비판하고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최근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의 공동대표 의장을 맡은 이민웅 한양대 교수. 그는 “시민단체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KBS 등 공영방송을 비판하고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공영방송 시민연대’ 이민웅 공동대표 의장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이럴 수 있나?”

3일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련)’ 공동대표 의장인 이민웅(65)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공발련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에 대해 대법원 승소 판결이 나온 뒤 KBS가 서울 구로구 구로동 공발련 사무실에 보내온 2003∼2005년 3년치 기본 제작비, 외주제작 명세 등이 너무 부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청구한 정보 공개의 취지에 맞지 않게 KBS가 프로그램별 제작비 총액만 보내왔다”며 “KBS가 공영방송에 어울리는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KBS 정연주 사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과 방만한 경영, MBC PD수첩의 오역 및 왜곡 의혹 등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유재천 전 공동대표 의장이 KBS 이사장이 되면서 물러나자 후임을 맡았다.

―정 사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KBS가 후유증이 우려될 만큼 사분오열돼 있다.

“정 사장은 정파적 이념적 불공정 보도, 무능한 경영능력, 진퇴를 둘러싼 내부 혼란 등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편파 방송에 앞장서온 사람이 느닷없이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은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는 무조건 절대적이지 않고, 언론기관이라고 해서 치외법권의 성역이 될 수 없다. 더구나 KBS는 경영효율 차원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온 만큼 엄격한 경영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예정에 없는 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정치적 감사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기회에 이런 불필요한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KBS 경영을 정기적으로 엄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 대상에 KBS를 포함시키는 법안이 마련됐으나 KBS의 반대로 빠진 바 있다.”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수십 차례 봤다. PD수첩 제작진은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와 광우병을 직접 연결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언론학 측면에서 ‘프레임(화면) 삭제 분석 기법’을 적용해 보면 다우너 소와 광우병 소를 연결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단정해 말하긴 힘들지만 만약 의도성이 밝혀진다면 이건 단순한 오보나 왜곡 보도가 아니라 속임수(deceptive) 보도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이다.”

―부분적 사실보다 관점이 중요하다는 PD들도 있다.

“‘관점 저널리즘’에서도 세 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사실 확인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어선 안 된다. 또 (관점과 다른) 어떤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모하게 경시해서도 안 된다. 예를 들어 다우너 소 증상은 수많은 원인 때문에 나타나는데 광우병으로만 한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편집방침과 어긋나는 사실에 대해 눈감는 ‘봉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의성이 있어선 안 된다. PD수첩이 이를 지켰는지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에의 근본적인 복무감이다. 관점 그 자체도 진실로부터 도출되어야 한다.”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는데….

“피해 당사자가 고소했으니 수사 절차는 적법하지만 검찰 스스로가 주도하는 건 적절치 않은 듯하다. 그러나 MBC가 책임 있는 언론기관이라면 검찰 조사와는 별도로 자체 조사를 통해 제작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는 자정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흐지부지 넘어가려고 해선 안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특정 신문에 대한 ‘광고주 협박’과 관련된 인터넷 게시물에 삭제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존중한다. 언론 자유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남에게 특정한 정보를 읽도록 강제할 수 없는 것처럼, 읽지 못하도록 남에게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위협까지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공발련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시민단체의 힘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공발련은 KBS와 MBC에 정파적 독립성을 강조해 왔다. 그런 만큼 우리도 정파적 독립성을 유지해 공영방송의 잘잘못을 가리고 격려할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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