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물갈이와 인재풀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2002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청와대 사람들은 온통 인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신들의 운명이 노 대통령 당선자에게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짐을 싸야 했다. 노 당선자가 청와대 직원 대부분을 ‘물갈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 출신이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까지 청와대에 남을 수 있었던 사람은 하위 직급인 몇몇 행정관밖에 없었다. 노 당선자는 인수위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대거 데리고 청와대로 들어갔다.

올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때도 마찬가지였다.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했으니 청와대 사람들을 전원 교체하는 것은 당연했다. 인사를 하면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검증과정에서 모두 걸러졌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한 것 자체가 ‘딱지’였다. 한나라당 추천을 받고도 경력 조회에서 청와대 근무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공무원도 더러 있었다.

부처 공무원들의 경우 정권 초기에는 청와대에 들어가려고 안달이다. 온갖 연줄을 동원해 자신이 적임자라며 세일즈하는 공무원들을 여럿 봤다. 정권 초 청와대 근무는 공무원들에게는 향후 고속 승진의 ‘보증수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부처에 복귀하면 한 단계 승진해서 내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정권 말기 청와대 근무는 공무원들에겐 기피 대상 1호다.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뚜렷해지는 힘없는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원래 부처에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친정인 원래 부처에 돌아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명박 정부 2기 청와대에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된 박병원 씨의 경우 이 대통령의 인사원칙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듯하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했다. 현 정부와 이념과 코드가 전혀 다른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지만 그의 경제관료 경험과 정책경륜이 높은 점수를 받은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나치게 코드를 따지는 바람에 인재 풀을 널리 활용하지 못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다. 공무원을 ‘네 편 내 편’으로 편 가르기하기보다는 정책경험이 풍부하고 업무능력이 뛰어난 유능한 관료들을 잘 골라 쓰는 게 국리민복(國利民福)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翎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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