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요리…상상…모방…15인 석학이 답한 ‘인간의 조건’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찰스 파스테르나크 엮음·채은진 옮김/408쪽·1만8500원·말·글빛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속성은 뭘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인류학, 의학, 신경과학, 철학, 심리학, 종교학의 답을 한데 담았다. 2006년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생물의학센터와 영국 왕립과학연구소가 열었던 학술 심포지엄 결과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뉴질랜드, 영국, 미국 출신의 학자 15명이 인간만의 특징을 고찰했다.

이들이 제시한 인간의 특징은 말하기, 모방, 요리,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 인과 관계에 대한 믿음, 상징성, 종교적 의미의 영혼, 호기심,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리처드 랭엄 미국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 인류학과 석좌교수는 요리야말로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주장한다. 인류가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자 요리가 시작됐다. 불을 피우는 능력은 직립보행으로 손이 자유로워지면서 유연한 엄지손가락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요리를 통해 음식을 익히고 이를 통해 소화에 드는 에너지 소비를 줄여 식이(食餌)의 폭을 넓혔다. 요리는 특히 날음식의 기생충을 죽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로빈 던바 영국 리버풀대 진화심리학·행동생태학연구팀장은 인간이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내가 겪은 것과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라고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대표적 산물이 일련의 사건을 상상하는 능력으로 탄생한 문학이다.

리처드 해리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신학과 명예교수는 과학자들과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한다.

그는 인간이 단지 유전자의 집합체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물학의 결정론에 반대한다. 이는 인간 의식의 역할을 해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신은 뇌로 환원될 수 없고 유전자의 이기주의를 초월하는 이타성은 종교적 영혼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인간의 호기심, 모방, 소리 전달과 문자 언어 등 인간 속성의 비밀을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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