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23>袈裟未着愁多事, 着了袈裟事更多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5분


袈裟(가사)는 승려의 옷이다. 着(착)은 著(착)의 속자로서, 附着(부착)처럼 달라붙다의 뜻, 着衣(착의)나 着帽(착모)처럼 옷을 입거나 모자를 쓰거나 신을 신다의 뜻, 定着(정착)이나 到着(도착)처럼 자리를 잡거나 도달하다의 뜻이 있다. 물론 著名(저명)이나 著作(저작)처럼 드러나다 또는 글을 짓다의 뜻인 著(저)와는 음과 뜻이 다르다.

愁(수)는 근심 또는 근심하다의 뜻이다. 了(료)는 完了(완료)처럼 마치다 또는 끝내다의 뜻이 있으며, 여기서처럼 동사 뒤에서 과거나 완료를 표시한다. 了然(요연)처럼 명백하다의 뜻과 了解(요해)처럼 이해하다의 뜻도 있다.

更(갱)은 更生(갱생)처럼 ‘다시’의 뜻과 여기서처럼 ‘더욱’의 뜻이 있다. 更(경)으로 읽으면 變更(변경)처럼 고치거나 바꾸다의 뜻, 更迭(경질)처럼 교체하다의 뜻, 그리고 부사로는 ‘교대로’의 뜻도 있다. 또 북을 쳐서 알리는 다섯으로 나눈 밤 시간으로, 初更(초경)은 밤 7시에서 9시, 三更(삼경)은 밤 11시부터 1시, 五更(오경)은 새벽 3시부터 5시에 해당한다.

여러 곳을 다니며 수행하는 行脚僧(행각승)에게 주는 시이다. “온 정성으로 불경을 베낀들 무슨 소용인가, 십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행각승이다. 가사를 입기 전에 일이 많다 근심하더니, 가사를 입고 나선 더욱 일이 많구나.” 번거로움을 피해 출가하고서도 더욱 일에 시달리는 상대방을 위로하는 동시에, 세상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생을 원망한다.

세상에 살면서 어찌 세상사를 면할 수 있겠는가. 벗어나려 애써도 벗어나기 어렵다지만, 그래도 마음을 비우면 번거로움은 많이 줄어든다. 宋(송) 楊萬里(양만리)의 ‘送德輪行者(송덕륜행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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