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신문이 동아시아 문화교류 주역 나서야

  • 입력 2008년 5월 14일 02시 59분


한국 일본 중국의 출판인들은 “동아시아 국가 간의 사회·정치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한 인문학적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수준 높은 교류를 통해 동양 문화를 부흥시키자”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언호 한길사 대표, 가토 게이지 전 미스즈서방 사장, 둥슈위 베이징 싼롄서점 대표. 전영한 기자
한국 일본 중국의 출판인들은 “동아시아 국가 간의 사회·정치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책을 통한 인문학적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수준 높은 교류를 통해 동양 문화를 부흥시키자”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언호 한길사 대표, 가토 게이지 전 미스즈서방 사장, 둥슈위 베이징 싼롄서점 대표. 전영한 기자
신문방송 겸영 규제 개혁 토론회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주최로 13일 국회에서 열린 ‘신문방송 겸영 규제 개혁에 관한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는 여론다양성을 위해 신문 방송 교차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경모 기자
신문방송 겸영 규제 개혁 토론회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 주최로 13일 국회에서 열린 ‘신문방송 겸영 규제 개혁에 관한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는 여론다양성을 위해 신문 방송 교차 소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경모 기자
“동아시아 국가들은 유교와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동질의 문화 체계를 공유합니다. 출판인들은 이를 확산하고 전파할 책임이 있습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이런 상호 교류와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입니다.”(김언호 한길사 대표)

나흘간 26개 섹션이 열리는 국제출판회의(IPA) 서울총회 이틀째인 13일. 이날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주제로 ‘아시아에서의 출판의 자유’ ‘중국 출판의 오늘’ ‘아시아 출판의 과제와 미래’ 등 다양한 아시아 관련 회의가 열렸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오후 IPA 총회장에서는 ‘동아시아출판인회의’ 소속 한중일 출판 관계자 3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2005년 세 국가를 포함해 대만과 홍콩 등 아시아 출판인들이 공동 출판과 독서운동을 위해 만든 모임이다.

이날 자리에는 지난달 이 모임의 2대 대표를 맡은 김 대표와 둥슈위(董秀玉) 베이징 싼롄서점 대표, 이전 대표였던 가토 게이지(加藤敬事) 전 미스즈서방 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상업적 대중문화의 범람에 맞서 출판을 포함한 종이매체들이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 교류의 핵심은 학술과 인문

▽김 대표=서울회의를 앞두고 이렇게 IPA 총회에서 만나 반갑다. 이 시점에서 동아시아 출판인들의 교류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나?

▽가토 사장=현재 동아시아 출판의 학술이나 인문 시장은 서구적 시각의 책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는 데 동아시아 출판인들이 뜻을 같이한 것이다.

▽둥 대표=무엇보다 최근 동아시아 문화 교류가 대중문화 쪽에 치우쳐져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는 진정한 문화 교류가 아니다. 깊이 있는 교류를 위해서 책, 즉 출판이 나서야 했다.

▽김 대표=동아시아는 서로 이웃나라지만 이해는 부족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종이매체에 종사하는 동아시아 문화인으로서 무엇을 할지 함께 논의하게 된 것이 이 모임의 성과다. 동아시아 저자를 키우고 연구해 우리의 문화와 정신 사상을 꽃피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둥 대표=맞는 말이다. 정부가 밀어준 것도 아니고 출판인들이 의기투합해 모였지만 목표는 분명해졌다. 상업적 대중문화와 인터넷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좀 더 진지한 공통 문화 콘텐츠를 찾으려 한다. 출판은 물론 언론과 교육 분야가 함께 나서야 할 일이다.

▽가토 사장=현재 동아시아 문화 교류에는 핵심이 빠져 있다. 바로 학술과 인문적인 교류 부분이 약하다. 단순히 각 국가의 책을 번역해 수입하고 수출하는 문제가 아니다. 함께 고유문화를 지키기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김 대표=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동아시아는 어느 때보다 서로에 대한 정치 경제 문화적 관심이 높다. 이를 근거로 더 건강한 교류를 위해 출판이 나설 적기라고 본다.

○동아시아의 문화 르네상스를 위하여

▽가토 사장=그런 뜻에서 먼저 동아시아 문화 발전이라는 비전을 가진 출판인을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 간의 교류와 번역, 저작권 등에 대한 새로운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동아시아출판인회의 이름으로 동아시아 독자에게 권하는 100권의 책을 선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 대표=좋은 의견이다. 동아시아는 사실 서구보다 훨씬 오랜 역사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하고 해석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다. 출판인뿐만 아니라 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채널도 만들어야 한다.

▽둥 대표=한마디로 ‘동아시아의 문화 르네상스’를 추구해야 한다. 동아시아는 이제 어느 정도 경제적인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 학술과 출판문화의 자립도는 그에 못 미치고 있다. 출판 신문 등 종이매체는 이런 지식을 조직화해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대표=사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IPA 자체도 서구적인 체계 아닌가. 이를 부정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부족했던 부분을 동아시아 출판인들이 채울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총회를 통해 동아시아의 가치나 전통도 알릴 수 있는 토대를 닦았으면 한다.

▽가토 사장=모두 힘을 합쳐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둥 대표=전통문화에 대한 바람은 최근 중국에서도 눈에 띄게 드러난다. 이른바 ‘국학열’로 이름 붙여진 전통 인문학과 철학에 대한 관심이다. 이를 중국 내에서 해소할 것이 아니라 이웃 나라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김 대표=책 교류의 장점은 여타 정치 경제 교류와 달리 어떤 갈등이나 문제점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데 있다. 학문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상호 협력은 현재 각국이 처한 문화 위기도 극복할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로 도움을 아끼지 말자.

▽가토 사장, 둥 대표=물론이다. 10월 동아시아출판인회의 서울대회가 기다려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