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융… 판화의 삶, 구도의 길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16주기 맞아 27일까지 추모전

‘명상’시리즈 등 80여점 소개

한국 현대 판화를 이야기할 때면 배융(1928∼1992)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전통적 방식의 목판이 주류였던 1960년대 초. 그는 실크스크린 같은 현대 판화를 선보여 국내 미술계가 판화를 현대 미술의 주요 영역으로 인식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미국공보원에서 일하면서 첨단 미술정보를 접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74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엔 회화작업에도 힘을 쏟았다.

그의 16주기를 맞아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추모전이 열린다. 1960년대 판화부터 1980, 90년대 대작 회화 등 80여 점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되짚어보는 전시다.

어린 시절 서예를 익히고 동양화가(배정례)를 누나로 둔 그는 우리 고유의 정서에 국제적 감각과 사유를 접목하는 데 관심을 쏟아왔다. 초기 판화들의 경우 전통 문양과 함께 기호와 도형 등 디자인적 요소가 뚜렷하고 색감은 오방색처럼 화사하다.

만년의 작품에선 구원과 해탈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더욱 깊어진 동양적 미감을 만나게 된다. 수묵의 중첩을 살린 ‘구가(龜歌)’ 시리즈의 경우 한국의 산 혹은 점점이 떠 있는 섬처럼 보이는 추상 이미지의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구원의 길을 찾는 수도자의 모습이 담긴 ‘마스터의 길’, 앉아 있는 사람의 옆모습을 그려 넣은 ‘명상’ 시리즈는 불교적 세계관과 경건한 분위기를 풍긴다. 02-738-757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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