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비트!… 가요, E 코드에 홀리다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올 가요계 유행 평정한 일렉트로니카

가요계 ‘E(Electronica) 코드’를 잡아라.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 브라운아이드걸스의 ‘L.O.V.E’, 토이의 ‘뜨거운 안녕’, 거미의 ‘미안해요’ 등을 비롯해 정재형, 에픽하이의 최근 앨범까지…. 올해 가요계에 등장하며 관심을 얻고 있는 노래들의 공통분모는 모두 일렉트로니카다.

이승철은 10월 발매 예정인 10집 앨범의 타이틀곡이 발라드가 아닌 일렉트로니카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윤상도 가을경 일렉트로니카 앨범을 들고 돌아온다.

‘멜로디가 아닌 비트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자음악’인 일렉트로니카는 2000년대 초반까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주목받던 장르였다. 1990년대 중후반 국내 가요계를 휩쓸었던 테크노 음악이 비트와 멜로디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일렉트로니카는 테크노의 극단적인 형태로 멜로디보다 비트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음악 팬들이 이런 일렉트로니카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DJ클래지가 이끄는 그룹 ‘클래지콰이’, 이지린의 1인 프로젝트 그룹인 ‘허밍어반스테레오’ 등 홍익대 클럽을 중심으로 일렉트로니카가 가요와 절충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빅뱅의 ‘거짓말’을 기점으로 올해부터 일렉트로니카는 가요계 트렌드의 핵심 코드로 부각됐다. 특히 일렉트로니카는 댄스 발라드 힙합 등 여러 장르와 접목되며 좀 더 한국적인 특성을 가진 장르로 변화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 ‘팝렉트로니카’(팝과 일렉트로니카의 합성어)의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창작력의 부재를 ‘팝렉트로니카’가 등장하게 된 이유로 꼽는다. 대중음악에서 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새로운 멜로디의 재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벽에 부닥친 뮤지션들이 하나의 음악적인 돌파구로 비트 중심의 음악인 일렉트로니카를 찾고 있다”며 “무한히 반복되거나 찌그러지는 기계음 등도 멜로디처럼 음악의 한 재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일렉트로니카의 중독성이나 새로운 면모도 이러한 경향에 한몫한다. 기계음들이 비슷비슷한 요즘 가요를 색다르게 포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일렉트로니카의 매력이다. 게다가 일렉트로니카는 젊은 층에서 트렌드가 된 ‘클럽문화’에 부합하며 상업성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유행한 게 아니라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발굴한 장르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의 지적처럼 “일렉트로니카를 하나의 음악 장르로 받아들이기보다 흥행을 위한 필수 재료로 받아들인다”는 말도 작곡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일렉트로니카가 여러 장르와 섞이면서 장르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지는 가요계의 ‘무장르’ 경향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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