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12>拒諫者塞, 專己者孤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拒(거)는 拒絶(거절)하거나 拒否(거부)하다의 뜻이다. 막거나 방어하다의 뜻과 맞서거나 抗拒(항거)하다의 뜻도 있다. 諫(간)은 간하다, 즉 바른말로 충고하거나 권고하다의 뜻이다. 直諫(직간)과 諷諫(풍간)이 있으며, 죽은 후에 주검으로 하는 尸諫(시간)도 있다. ‘荀子(순자)’에 보이는 拒諫飾非(거간식비)는 충고나 간언을 거절하고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 가린다는 뜻인데, 간언을 거절하는 것과 자기 과오를 꾸미는 것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塞(색)은 흙으로 공간을 막거나 채우다의 뜻에서 가득 차다 또는 막히거나 끊기다의 뜻이 나왔다. 여기서는 지혜나 견식의 길이 막힘을 의미한다. 拔本塞源(발본색원)은 뿌리를 뽑고 수원을 메워 근원을 끊어 버리는 것이고, 塞耳(색이)는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는 것이다. 그러나 要塞(요새)나 변방의 뜻이면 ‘새’로 읽는다.

專(전)은 오로지 하다의 뜻이다. 專己(전기)는 제 의견만을 고집하거나 독단하여 제멋대로 하다의 뜻이다. 專念(전념)은 오직 한 가지에만 마음을 쓰는 것이고, 專業(전업)은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직업이나 학업을 뜻한다. 孤(고)는 고아 또는 외롭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고립됨을 뜻한다.

“군자는 나무꾼의 말을 물리치지 않아 그 명성을 넓힌다”고 하였으며, “많이 듣는 이는 지혜롭다”고 했다. 그런데도 간언을 거절한다면 견식과 지혜의 길은 막히고, 이어서 제멋대로 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고립되어 실패의 결말을 맞게 마련이다.

스스로 부족함을 알아 귀를 열어 놓아도 남이 간하는 말은 그리 달갑지 않은 법이니, 하물며 자만심에 젖어 스스로에게 도취한다면 간언의 통로조차 열리지 못한다. 漢(한) 桓寬(환관)의 ‘鹽鐵論(염철론)’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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