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사회학, 베버에게 길을 묻다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0분


◇ 현대 사회학과 한국 사회학의 위기/민문홍 지음/372쪽·2만5000원·길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사회학은 급변하는 사회를 평가하는 구체적인 학술적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비판하며 “한국 사회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고전 사회학에 대해 무관심했고, 서구 사회학의 기존 업적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파든 좌파든 학문적 토대로서의 고전 사회학과 이론 사회학에 대한 치밀한 이해 없이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레몽 부동이라는 프랑스의 중도 우파 사회학자의 학문적 방법론을 통해 막스 베버, 게오르크 지멜, 에밀 뒤르켕 등 고전 사회학자들의 이론들을 소개한다.

부동은 대다수 사회학자들이 사회운동, 노사 갈등 같은 산업사회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질 때 고전 사회학 저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치중했다.

부동은 현대 사회학의 학문적 탈선으로 ‘사회현상을 법칙화해서 이해하려 했던 1950∼1970년대 네오마르크스주의적 이론들의 독선적 태도’를 꼽았다. 그는 또 사회학이 종교의 역할을, 사회학자가 예언자의 역할을 하려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 사회학이 위기라고 평가하는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근 20년간 사회문제를 진단하는 이론적 틀로 유럽과 미국의 다양한 좌파이론들이 동원됐다는 점을 우선 들었다. 한국 사회를 민주화하는 게 과제였던 시절, 한국의 젊은 지식인들이 종속이론이나 세계체제론 같은 진보적 이론에 편향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이 실종됐고 학자들은 진보 진영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한국 사회의 지적 환경이 황폐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학의 무대에서 강제 퇴출당했던 고전 사회학의 저작들을 다시 불러들여야 하고, 유럽 중도 우파 사회학자들의 시각을 빌려서 한국 사회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98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공부한 저자는 좌파 사회학을 가르치는 연구소에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이에 회의를 느껴 소르본(파리4)대학으로 옮겨 프랑수아 부리코, 레몽 부동 등 중도 우파 학자들을 사사했다. 현재 서강대 대우교수, 국제비교사회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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