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72>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沐浴(목욕)의 沐(목)은 머리를 감는 것이고 浴(욕)은 몸을 씻는 것이다. 빗물로 머리감고 바람으로 빗질한다는 뜻의 沐雨櫛風(목우즐풍)은 온갖 고생을 하며 동분서주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彈(탄)은 활에 탄환을 놓고 튕겨 발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로부터 탄환 또는 탄환을 쏘는 활, 그리고 손으로 튕기다 또는 악기를 튕겨 연주하다의 뜻이 나왔다. 또 彈壓(탄압)에서처럼 두드리거나 치다의 뜻, 彈劾(탄핵)에서처럼 죄상을 들어 책망한다는 뜻도 있다. 여기의 彈冠(탄관)은 모자를 두드려 먼지를 털어내는 것으로, 세속의 더러움을 없앤다는 의미이다. 혹 벼슬길에 나아갈 준비를 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冠(관)은 모자 또는 모자를 쓰다의 뜻이다. 冠禮(관례)는 20세가 된 남자에게 모자를 씌워주는 성인식을 가리킨다. 弱冠(약관)은 신체가 아직 약하고 관례를 행할 때라는 의미에서 남자 나이 20세 또는 그 즈음의 나이를 가리킨다. 冠(관)은 꼭대기나 으뜸의 자리를 뜻하기도 한다. 冠軍(관군)은 으뜸이 되는 軍(군)인데, 지금은 시험이나 운동경기의 우승자를 가리키는 중국에서의 보편적인 표현이다. 振(진)의 본의는 들어 올려 구하는 것이다. 구제하거나 기용하다의 뜻 외에, 흔들다 또는 떨치다의 뜻으로 많이 쓰인다. 振衣(진의)는 옷의 먼지, 즉 세속의 더러움을 털어 없애고 뜻을 고상하게 가짐을 의미한다.

몸을 깨끗이 씻고 나면 옷가지의 먼지도 털어내어 신변을 모두 깨끗이 하게 마련이다. 이 구절은 순결하고 고결한 몸으로 세속의 더러움을 털어버리겠다는 마음을 피력했다. 물론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것이 최우선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屈原(굴원)의 ‘漁父辭(어부사)’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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