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66>兒孫自有兒孫福, 莫爲兒孫作遠憂

  • 입력 2008년 3월 3일 03시 00분


兒(아)는 어린아이 또는 자녀를 뜻한다. 孫(손)은 손자 또는 자식의 자녀를 뜻한다. 兒孫(아손)은 자손과 같다. 自(자)는 각자 또는 별도로의 뜻이다. 여기서의 莫(막)은 금지를 표시하여 ∼하지 말라의 뜻으로 勿(물)과 같다. 흔히 부정을 표시하여 不(부, 불)과 같이 쓰이기도 하며, 특수한 대명사로 누구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또 드넓다는 뜻의 漠(막), 적막하다는 뜻의 寞(막), 얇은 꺼풀을 뜻하는 膜(막)과도 통용된다. 暮(모)처럼 저녁 또는 저물다의 뜻이면 ‘모’라고 읽는다. 爲(위)는 흔히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한다는 뜻을 지니지만, 또 이유나 원인을 나타내어 ‘∼때문에’로 풀이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후자의 경우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憂(우)는 憂慮(우려)나 憂愁(우수)처럼 근심 또는 근심하다의 뜻이다. 憂國衷情(우국충정)은 나랏일을 근심하는 참된 마음이다. 또 부모의 喪(상)을 뜻하니, 丁憂(정우)는 부모의 상을 당하다의 뜻이다. 아버지의 경우는 丁外憂(정외우), 어머니의 경우는 丁內憂(정내우)라고 한다. 丁(정)은 어떤 일을 당하다 또는 때를 만나다의 뜻이다. 作遠憂(작원우)는 멀리 있는 일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자손에 대한 내리사랑은 어떤 사랑보다도 더 헌신적이고 본능적이다. 하지만 자손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 자신의 삶을 온통 자손들에게 바치려는 듯, 먼 후일의 온갖 일을 걱정하며 지나치게 노심초사할 필요야 있겠는가. 이 구절의 앞은 다음과 같다. “달도 보름이 지나면 빛이 줄어들고, 사람도 중년이 지나면 만사가 그만이다.” 중국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元(원) 關漢卿(관한경)의 ‘蝴蝶夢(호접몽)’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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