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만에 이름 찾은 독립魂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만주 독립군 14세 일등병 김성범… 42세 4중대장 김상옥…

1926년 ‘참의부’ 장병 223명 명단 첫공개

10대가 17.5%… 무명용사 연구에 큰 획

《‘임시정부 직할 만주 독립군에 14세 소년병이 있었다. 김성범 일등병.’ 1920년대 압록강 인근 만주 일대에서 활동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직할 참의부 독립군 부대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던 223명의 이름 계급 나이가 기록된 명단이 나왔다. 독립군 지휘관의 이름 경력 편제는 연구된 바 있으나 가장 낮은 계급인 이등병까지 인적 사항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만주 독립운동사 전문가인 장세윤(49)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27일 중국 당안관(당案館·국가기록보관소) 소장 ‘불령선인(不逞鮮人) 단체 조사표-참의부’(1926년) 사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중국 당국이 일제와 함께 독립군을 조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명단에서 불령선인은 ‘불순한 조선인’이라는 뜻으로 만주와 간도 일대에서 활동한 독립군을 가리킨다. ‘참의부’는 1924년 창설돼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과 퉁화(通化) 지역에서 자치 활동과 항일무장투쟁을 벌였다.

이 명단에 있는 223명 중에는 당시 14세 소년이었던 김성범(5중대) 일등병을 비롯해 10대 병사 39명(17.5%)이 포함돼 있다. 김 일등병 외에 15세 소년 이용백 김선전도 4중대 일등병으로 싸웠다.

20대는 141명(63.2%)으로 가장 많았다. 21세 김영호는 5중대 특무정사(주임상사), 20세 함익순은 헌병대 참사(하사)로 활약했다. 20세 김지도는 4중대 이등병, 22세 이강하는 1중대 상등병이었다.

30대는 41명(18.4%)이었으며 31세 이옥성은 1중대 부사(중사)로, 같은 나이인 김용학은 3중대 참사로 투쟁에 나섰다. 36세 최현호는 4중대 일등병으로 늦은 나이에 독립군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40대는 2명(0.9%)이었으며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김상옥(당시 42세) 4중대장이었다.

신주백 국민대 연구교수는 “독립군의 말단 병사까지 편제와 이름 등을 기록한 자료가 공개된 적이 없어 독립군에 어떤 이들이 참가했는지를 알려주는 사료”라며 “소년들은 연락병 등으로 활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1940년대 광복군 총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학규(1900∼1967) 선생이 20대에 참의부 독립군에 참가한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장 연구위원은 “함께 입수한 ‘선비(鮮匪) 참의부 상황’(1925∼1926년 추정) 문서를 분석한 결과 김 선생의 이름이 참의부 독립군 2중대 명단에 참사로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참의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만(駐滿) 육군 참의부의 약칭. 1924년 창설됐다. 정의부, 신민부와 함께 1920년대 만주 일대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인 독립군이다. 1924년 압록강을 따라 국경 지방의 치안 상태를 시찰하던 사이토 마코토 조선 총독을 저격해 위기에 빠뜨렸다. 1926년 참의부 소속 이수흥 의사가 서울 동소문파출소 등 서울 경기 지역의 파출소를 잇달아 기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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