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정 ‘신성불가침’ 논란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개신교의 교회 재정 투명성과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일 성명을 내고 “교회 재정의 올바른 사용과 투명화가 부족하다”며 “교회 재정 관리에 대한 실무 매뉴얼과 목회자의 납세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잎서 18일 기독교사회책임은 ‘종교인 세금납부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조만간 성직자에 대한 근로소득세 부과를 찬성하는 목회자들의 서명을 받아 국세청에 전달할 계획이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는 3∼5년 안에 교회 재산을 재단법인인 순복음선교회로 전액 편입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회 재정 투명화를 주장해 온 목회자들은 “교회가 사회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세 찬성론자들은 교회가 자발적인 성금으로 운영되지만 공적 영역인 만큼 사회법의 일정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회 자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붙여 재정 공개를 요구하는 일부의 시각은 수긍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사회법 규제받아야” vs “부패 집단으로 몰지 말라”

현재 교회는 종교 관련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되면 면세 혜택을 받지만 사학, 복지기관 등 다른 비영리법인과 달리 예산 공개 등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는 “교회 재정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교인들이 헌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명하지 않아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영리법인 관련 법에 종교 관련 법인의 재정 보고 의무 조항을 추가하거나 종교법인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지낸 최성규 목사는 “많은 대형 교회가 매월 제직회를 통해 예산과 집행 상황을 공개해 왔다”며 “일부 교회의 파행 운영을 트집 잡아 교회 전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종교법인법 신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 심만섭 목사는 “종교법인법은 일본 외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자율적인 교회사업을 정부가 통제하면 종교는 죽는다”고 비판했다.

○ “목회자도 근로자” vs “종교인 명예 지켜 세금 내게 해야”

납세 문제와 관련해선 “유독 목회자만 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은 납세의무를 저버린 탈루”라는 찬성론과 “목회자를 근로자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납세 부과를 주장하는 박 목사는 “일한 데 대한 반대급부로 일정한 소득을 얻는 목회자도 근로자”라며 “성직을 노동 아닌 무엇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가톨릭 사제들은 1994년 이후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목회자의 소득은 봉사의 사례비인데 근로자 임금으로 규정하는 건 목회자에 대한 모욕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2006년 대법원도 종교인을 급여를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와 같게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심 목사는 “현행법상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목회자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찬반론이 팽팽한 가운데 종교인이 근로자라는 시각에 반대하면서도 종교인의 명예를 지키며 소득세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종의 절충안이다. 최 목사는 “근로소득세가 아니라 성직자 소득에 관한 법률을 새로 만들어 소득세를 낼 수 있으면 공감하는 목회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목사도 “이렇게 낸 세금을 면세점 이하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성직자를 돕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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