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전 미라 나이 알아냈다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고려대 의대 연구팀이 미라의 치아와 턱관절 주위를 3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한 모습(위). 미라 3구 중 가장 어린 것으로 추정되는 윤씨 미라의 치아 윗부분의 모습. 사진 제공 김한겸 교수
고려대 의대 연구팀이 미라의 치아와 턱관절 주위를 3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한 모습(위). 미라 3구 중 가장 어린 것으로 추정되는 윤씨 미라의 치아 윗부분의 모습. 사진 제공 김한겸 교수
파주 ‘윤씨 미라’ 23세 - 안산 ‘봉 미라’ 51세 - 일산 ‘흑 미라’ 64세

국내 최초로 3차원 영상 기법을 통해 신체 훼손 없이 수백 년 된 미라의 나이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고려대 의대 병리과 김한겸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발굴된 미라의 치아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세밀하게 단면 사진을 찍은 뒤 3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치아의 마모 정도를 관찰해 미라의 연령을 측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미라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뼈를 신체에서 분리한 후 조직을 분석하는 방식이어서 소중한 연구 대상인 미라를 손상시키는 단점이 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굴된 총 7구의 미라 중 3구를 조사했다.

2002년 경기 파주시 파평 윤씨 선산 묘지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윤씨 미라’는 태아를 품고 있으며 조선 전기 세도가 윤원형(尹元衡)의 증손녀로 추정된다. 2003년 경기 안산시에서 발굴된 ‘봉 미라’는 버선에 ‘봉’자가 써 있고, 2003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발굴된 ‘흑 미라’는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미라들은 봉분(封墳·관을 묻은 다음 흙으로 둥글게 쌓아 올리는 것) 형태, 복식, 부장품 등이 임진왜란 이전 양식이어서 1592년 이전에 사망한 조선 전기 인물들로 추정된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윤씨 미라가 사망 직전 극심한 산통을 겪었음을 알아냈고 출산의 마지막 순간에 태아 머리가 빠져나오면서 자궁이 파열된 채 숨져 미라가 된 모습도 3차원 영상으로 복원했다.

김 교수는 “미라의 치아와 턱관절 주위를 1mm 간격으로 CT 촬영한 후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한 뒤 1년 동안 치아 마모 상태 등을 조사했다”면서 “사망 당시 윤씨 미라는 23세, 봉 미라는 51세, 흑 미라는 64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치과 의사가 포함된 연구팀은 3차원 영상을 통해 마모의 깊이, 넓이 등을 치아 분석법인 ‘다카이 교모도’ 판정 기준표에 따라 분류했다. 치아의 마모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분했다.

김우림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미라는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살았으며 왜 죽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3차원 영상 분석으로 미라에 손상을 주지 않고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은 고고학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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