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50>狐死歸首丘, 故鄕安可忘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狐(호)는 여우이다. 狐假虎威(호가호위)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다는 말로 남의 권세에 의지해 위세를 부리는 행위를 비유한다. 歸(귀)는 돌아가다 또는 돌아오다의 뜻이다. 首(수)는 머리의 뜻이다. 동사로서 머리를 두다 또는 향하다의 뜻도 된다. 여기서는 머리를 대고 누워 죽는다는 뜻이다. 丘(구)는 언덕이나 무덤을 뜻한다. 丘陵(구릉)은 언덕이나 낮은 산, 또는 무덤을 가리킨다. 감히 잘 쓰지는 않지만 孔子(공자)의 이름자도 丘(구)이다. 여기서는 고향이나 본디 살던 곳의 언덕을 가리킨다. 狐死首丘(호사수구)는 여우가 죽을 때 고향 언덕으로 머리를 향한다는 데에서 유래한 말이다. 고향이나 근본을 잊지 않음을 비유한다. 줄여서 首丘(수구) 또는 丘首(구수)라고도 한다.

安(안)은 何(하)와 통하는 의문사로서 어찌 또는 어느 곳에 해당한다. 忘(망)은 잊는다는 뜻이다. 忘年(망년)은 나이가 들고 세월이 가는 것을 잊는다, 또는 나이를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忘年會(망년회)로 쓴 경우에는 그 해의 좋지 않은 일이나 근심 고통을 잊는다는 뜻이리라. 忘年之交(망년지교)는 나이와 상관없이 재능과 덕을 존중하는 교제를 가리킨다.

동화 속의 고향은 부모님과 가까운 친지들이 반기고 산천이 유달리 한가하고 친근한, 때 묻지 않은 동년의 인연을 맺은 곳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고향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사람들과 환경이 낯익은 곳, 그리고 나날을 보내는 바로 그곳을 고향으로 잘 가꿀 일이다. 누구보다도 문학을 애호한 曹操(조조)의 각東西門行(각동서문행)에 보인다. 조조는 고향에 묻혔는데 가짜 무덤을 수없이 많이 만들었다. 파헤쳐질 것을 염려해서였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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