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현대미술이 뜬다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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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시회 늘고 인터넷 경매도 등장… 두 달 새 1억1500만 원 매출

세계 미술시장에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에 이어 2, 3년 전부터 인도 현대 미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에서도 ‘친디아(Chindia·China+India)’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인도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작품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와 부산시립미술관이 올해 초 부산에서 인도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10월 열린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에 딜리프 샤르마 등 인도 작가 3명의 작품이 나와 매진됐다.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인도 미술이 잇달아 국내에 소개되더니 올가을부터는 인도 미술이 인터넷 경매에 등장했다. 아시아 미술 전문 유통업체인 이엠아트는 10월 웹사이트를 개설한 이래 두 달 동안 1억1500만 원의 인도 미술 매출액을 기록했다. 한국 중국 베트남 미술을 포함한 총매출액 2억7600만 원 가운데 41%를 차지할 정도. 이엠아트는 28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인도 현대회화 소장 특가전을 연다. 또 다른 경매회사인 메가아트는 내년 1월 젊은 인도 작가의 작품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최은주 이엠아트 대표는 “인도의 인기 중견 작가 데브다타 파데카르의 작품은 350만 원으로 시작해 꾸준히 올라 7일 만에 800만 원으로 마감됐다”면서 “대부분 30만∼800만 원의 가격대로,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미술이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요인은 매년 7∼8%에 이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 특히 정보기술(IT) 산업 분야의 신흥 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이 인도 안팎에서 인도 미술의 수요층으로 급부상하면서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 미술의 유구한 종교적 전통, 특유의 색감이 현대적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는 점도 또 다른 인기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특유의 종교적 전통-색감 매력적… 미술시장규모 급속히 커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올해 1월 추정한 2007년 인도미술 시장 규모는 약 3억5000만 달러(약 3400억 원). 5년 전인 2002년에 비해 10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경매 낙찰가도 급등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인도 작가의 작품 가격이 평균 14배 이상 올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2005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선 인도 현대미술의 1세대 작가 톄브 메타의 작품 ‘마히샤수라’ 연작이 160만 달러에 낙찰돼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인도 여신이 악마 소를 격퇴하는 모습을 묘사한 ‘마히샤수라’는 강렬한 색채와 모던한 분위기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 후 ‘빅3’로 꼽히는 메타, 프랜시스 뉴턴 수자, 사예드 하이데르 라자를 비롯해 인도 인기 작가 10여 명의 작품은 100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도 미술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긍정적이다. 크리스티 한국사무소의 배혜경 소장은 “크리스티 본사는 인도 미술의 잠재력을 매우 크게 평가한다”면서 “3년 전에 한국과 인도 미술이 함께 국제시장에 본격 진출했는데 인도 미술이 우리보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도 미술 투자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인도 미술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축적돼야 하고, 객관적 비평도 필요하다는 것. 또 인도 미술 컬렉터들이 아직까지 중국 인도 서남아시아 쪽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컬렉터층이 좀 더 확산되고 세계화될 때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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