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의&joy]서브스리에 애타는 사람들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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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외로움이 바로 장거리다.

별도 뜨지 않은 밤하늘 아래를 여행하는 듯한 고독과 자유.

이 얼마나 원시적이고 고독한 운동인가?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다.

한계까지 다다른 심장박동을, 열기를 뿜어내는 땀에 젖은 살갗을, 혈액과 연동하는 근육의 신음소리를, 달리는 사람 외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정해진 길을 달려가고, 정해진 장소에 이르기까지, 오직 혼자서, 타인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장거리는 폭발적인 순발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레이스 중에 극도로 집중해서 기량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두 다리를 번갈아 앞으로 내밀며 담담하게 나아가면 된다.

대다수의 사람이 경험한 적이 있는 ‘달린다’는 단순한 행위를 정해진 거리만큼 지속하면 될 뿐이다.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에서>》

잡힐듯 말듯… 魔의 3시간 벽

수많은 마스터스 1초~5분 모자라 명예 획득 실패… 겨울훈련이 승패 갈라

서브스리(SUB-3)는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이다. 42.195km를 3시간 이내, 즉 2시간 59분 59초까지는 달려야 한다. 100m를 평균 25.6초의 속도로 달리는 셈이다. 2007년 12월 현재 국내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는 5만 명 정도. 이 중 서브스리 완주자는 2000명(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 1610명) 선으로 추산된다.

100명에 4명꼴이어서 그만큼 어렵다.

회사원 정명석(44·풀코스 5회) 씨의 개인최고기록은 3시간. 2006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딱 1초가 늦어 서브스리를 놓쳤다. 정 씨는 “억울하고 분하고 황당하고…뭐라 말이 안 나왔다. 시계작동을 잘못해 시간을 알 수 없었던 게 한이다. 직장에서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연습을 충분히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라며 씁쓸해했다.

서브스리에 가장 애가 타는 사람들은 3시간∼3시간 5분대의 기록 보유자. 금세 손에 잡힐 듯한데도 쉽사리 기록이 나아지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른다. 보통 서브스리의 달성 여부는 동계훈련에 달려 있다. 겨울훈련을 잘해야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서브스리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동계훈련을 아무리 잘해도 서브스리에 들기란 그리 쉽지 않다. 기록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경우도 있다.

인간의 신체능력은 25세를 정점으로 매년 약 1%씩 떨어진다. 40, 50대가 대부분인 국내 마스터스의 신체능력은 20대 때보다 15∼35%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만약 41세 때 3시간에 풀코스를 완주했다면 1년 뒤 42세 땐 똑같은 조건에서 달린다 해도 3시간 1분 48초에 결승선에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불과 몇십 초를 단축시키지 못해 서브스리에 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연습 안 해도, 너무 해도 문제

김대중(42·풀코스 5회) 씨는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초(3시간 01초)가 늦어 서브스리에 실패했다. 너무 분했다. 김 씨는 그 이후 매일 회사까지 5km를 달려서 출퇴근하며 연습에 매달렸다. 그리고 가을 경주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56분 24초로 서브스리에 성공했다. 김 씨는 “이제 꿈을 이뤘으니 앞으로는 기록보다는 즐기면서 달리고 싶다. 풀코스도 1년에 봄가을 한 번씩 딱 두 번만 완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섭(45·풀코스 10회) 씨는 3초 차(3시간 02초)로 서브스리에 들지 못했다. 겨울훈련을 게을리 한 것이 주 원인. 이 씨는 “아쉽지만 내 한계가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 인정한다. 더는 서브스리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준식(54·풀코스 16회) 씨는 지난해 3시간 01분 15초, 올 3시간 04초로 서브스리에 들지 못한 경우. 손에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안 잡히니 속이 탄다. “목표가 까마득하다면 차라리 포기라도 할 텐데 금방 될 것 같아 그럴 수도 없다. 결국은 훈련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올겨울엔 12월 200km, 1월 300km 정도로 훈련량을 늘릴 계획이다. 한달에 2번 크로스컨트리와 웨이트 훈련으로 상복근 하복근도 단련할 예정이다.”

이정범(32·풀코스 12회) 씨는 6초 차(3시간 05초)로 놓쳤다. 후반 두려움 때문에 초반에 속도를 내지 못한 게 결정적 실패 원인. “내년 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5분대가 목표다. 주 6일 훈련에 한 달 350km 정도 달릴 참이다. 구리마라톤클럽 동계훈련프로그램에 충실하게 따르면 된다.”

허정덕(30·풀코스 5회) 씨도 6초(3시간 05초)가 늦었다. 헬스장에서 1주일에 3번(90분) 트레드밀을 달린 게 훈련의 전부. 그 이외에는 운동장을 몇 번 달린 정도다. 잠실대교 부근인 35km 지점부터 허덕였다. “첫째도 훈련 부족, 둘째도 훈련 부족이다. 올겨울 클럽훈련을 충실하게 소화하면 서브스리 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신동술(45·풀코스 14회) 씨는 올봄 9초 차(3시간 08초)로 서브스리에 실패했지만, 가을에 2시간 58분 29초로 성공했다. 신 씨는 이미 지난해까지 3번이나 서브스리를 달성했다. “서울국제마라톤 일주일 전에 하프대회에 나가 무리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출발 전 물을 적게 마신 것도 문제였다. 30km 이후에 헤맸다. 앞으로는 기록보다는 기분 좋게 달리고 싶다.”

오상욱(38·풀코스 22회) 씨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9초(3시간 08초)가 늦었다. 2주 전에 풀코스대회에 나갔고 1주 전에는 하프대회에 나간 게 탈이었다. 한 달 훈련 거리도 300∼400km. 3월 이후 대회에서 4시간대로 떨어지는 등 한동안 슬럼프로 고생했다. “지나친 훈련이 문제다. 거의 매주 대회에 참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겨울엔 웨이트 훈련이나 등산 등 보조운동에 신경 쓸 참이다. 3개월 전부터 복근훈련을 하고 있는데 레이스 후반 고생했던 복통이 사라졌다.”

정광진(46·풀코스 15회) 씨는 11초(3시간 10초)가 늦었다. 37km 지점에서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하프대회를 100번 정도 달린 배테랑. 전반 1시간 29분대, 후반 1시간 29분대로 페이스가 일정한 게 장점. “결국 훈련 부족 탓이다. 그동안 웨이트나 등산 같은 것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올겨울엔 그런 보조운동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 웨이트-등산 등 보조훈련도 철저히 해야

달리기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이 열이면 몸도 열이다. 전반부에 강한 사람, 후반부에 강한 사람, 전후반 페이스가 고른 사람…. 결국 몸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사람이 유리하다.

러너는 발을 땅에 내디딜 때의 반발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리드미컬하게 나가야 에너지 소비가 적어진다. 마라톤은 후반에 갈수록 허리가 처지고 무릎이 굽혀진다. 이렇게 되면 땅에서 받는 탄력을 다리가 흡수해버려서 속도가 떨어진다. 웨이트훈련으로 등배근육을 단련해야 허리와 무릎이 무너지지 않는다. 등산, 언덕훈련, 모래사장 달리기도 필요하다.

2008 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 참가자 접수(02-2020-1630·marathon.donga.com)가 11월 30일 시작돼 이미 1만 명을 넘어섰다. 마감은 내년 1월 18일. 2007 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 서브스리 달성자는 모두 849명. 이 중 470명이 첫 서브스리 진입으로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내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올겨울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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