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풍경]“한국을 英譯하라” 유은실 교수의 숨은 열정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코멘트
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를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 번역 출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어로 우리 역사와 문화의 뉘앙스를 적절히 옮기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책이 나와도 외국 출판시장에서의 유통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는 출판인들이 적지 않다. 최근 우리 전통문화에 관한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의 글을 영어로 옮긴 ‘Understanding Koreans and Their Culture’(허원미디어)가 나왔다. 앞서 출간된 ‘Hangeul, the Letter for the Sound of Nature’에 이은 ‘Korea Story’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출판사 측은 이 책들을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두 권의 책엔 각별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 허원미디어 신영미 주간의 말.

“한 의사 선생님의 열정과 금전적 지원이 없었다면 이 책이 나오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 두 권을 포함해 모두 8권의 책을 낼 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 병리과의 유은실 교수. 지원액을 들어보니 만만치 않은 돈이었다. 출판 비용의 상당액을 지원해 준 것이었다.

신 주간이 유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의학 관련 출판사에서 일할 때였다. 우연히 만나 책 얘기를 하고 의학 얘기를 하고 번역 얘기도 함께 나눴다.

“당시 유 선생님은 의학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이미 몇 권의 번역서를 냈고 책과 함께 지내면서 한글과 같은 우리 전통 문화를 어떻게 하면 외국인에게 쉽게 소개해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신 주간)

결정적인 계기는 2005년에 찾아왔다. 2005년 가을 유 교수는 휴가를 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받았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유 교수는 그곳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독일인에게 쉽게 설명하는 한국인 교수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다. 우리 전통 문화를 외국어로 소개하는 출판사를 지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번 두 권의 책은 그렇게 해서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유 교수는 ‘Hangeul, the Letter for the Sound of Nature’의 번역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유 교수의 꿈의 하나는 화가였다.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어 바쁘게 생활하느라 그동안 그림 창작을 소홀히 했지만 시간이 나면 다시 그림을 그릴 겁니다.”

책과 역사와 문화를 좋아하고 미술을 즐기는 유 교수. 다음 번 지원 번역서는 혹시 한국 미술에 관한 책이 아닐까.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