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佛역사학계 ‘일제-나치점령기 비교’ 학술대회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독일 수용소에서 여성포로의 엉덩이를 때리는 데 사용한 형구와 행태를 그린 삽화. 사진 제공 동북아역사재단
독일 수용소에서 여성포로의 엉덩이를 때리는 데 사용한 형구와 행태를 그린 삽화. 사진 제공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소 역할을 했던 사이판의 아리랑 카페. 사진 속 여자 종업원들이 모두 한복 차림이다.
일본군위안소 역할을 했던 사이판의 아리랑 카페. 사진 속 여자 종업원들이 모두 한복 차림이다.
외세의 강점이 여성에겐 어떤 상처를 남겼고 그 상흔은 다시 어떻게 남성중심 사회에서 이용됐을까.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16일 한양대에서 ‘점령의 집단기억과 섹슈얼리티: 한국과 프랑스의 젠더사 비교연구’를 주제로 한―프랑스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양국의 친일과 대독협력에 대한 기억을 비교연구한 데 이은 한국과 프랑스 역사학계의 2차 공동학술대회였다.

양국의 발표자들은 일제점령기와 나치점령기를 거치며 양국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복합적이고 다층적 양상에 관심을 모았다.

파브리스 비르질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프랑스에서 적을 사랑하기’라는 발표문을 통해 ‘레통뒤에’(독일 협력자란 이유로 삭발당하고 집단 린치를 당한 여성들)는 이중의 희생양이었다고 분석했다. 비르질리 교수는 그들이 “전시생활고를 겪던 프랑스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프랑스 남성이 떠나고 남은 공간을 차지한 200만 명의 독일군과 동거를 강요받다가 독일군의 패퇴 이후엔 독일군의 점령으로 더럽혀진 프랑스를 정화해야 한다는 남성적인 자긍심을 재부여하기 위해 희생됐다”고 설명했다.

안연선 독일 라이프치히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 기억하기: 망각에서 기억의 붐으로’라는 발표문에서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한국의 집단기억에는 여성의 몸과 성을 남성의 소유나 재산으로 여기는 가부장주의와 민족주의의 공모 관계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여성을 민족의 순수성과 정체성의 상징으로 만든 민족주의 담론의 틀 속에 넣고 그들의 고통을 민족의 고통으로 치환하려 한 것이 오히려 개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파브리스 달메다 프랑스 현대사연구소 소장과 공임순 성신여대 연구원은 상류층 여성의 친일부역 내지 나치부역의 기억이 억압되고 왜곡, 선별되는 과정을 나란히 비교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전쟁이 여성에게 강요한 비참한 성노동의 실태를 비교하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과 독일 라벤스브뤼크 기념관이 30일까지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일본군위안부와 나치 독일수용소의 강제 성노동’전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