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71>鷄鳴狗盜之雄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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鷄(계)는 닭이다. 鳴(명)은 울다 또는 울리다의 뜻이다. 自鳴鼓(자명고)는 스스로 소리를 내는 북이다. 一鳴驚人(일명경인·일단 울면 사람을 놀라게 한다)은 한번 시작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큰일을 이룸을 비유한 말이다. 여기에서의 鷄鳴(계명)은 닭의 울음소리를 내는 사람을 가리킨다. 狗(구)는 개를 뜻하며, 盜(도)는 훔치다 또는 도둑의 뜻이다. 狗盜(구도)는 개와 같은 도둑을 가리킨다. 雄(웅)은 우두머리의 뜻이다. 원래는 수컷의 의미이다. 雌雄(자웅)은 암수를 뜻하며, 또 승부나 우열을 뜻하기도 한다.

齊(제)나라 대신이었던 孟嘗君(맹상군)은 食客(식객·세력가에 얹혀서 문객노릇을 하는 사람)을 많이 거느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秦(진)나라에 갔다가 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도둑질 잘하는 식객이 여우털옷을 훔쳐 왕의 애첩에게 뇌물로 바친 덕분에 풀려났다. 또 추격병에 쫓기며 성문에 이르렀는데, 새벽이라 성문이 열리기 전이었으나, 식객 한사람이 닭울음소리를 잘 내어 아침을 알림으로써 성문을 열게 하였다. 그로써 무사히 진나라에서 탈출하였다.

맹상군은 식객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宋(송)나라 王安石(왕안석)은 그런 그를 평가 절하하였다. 문하에 그런 잔재주나 부리는 식객이 많았기 때문에 진정한 인재가 찾아오지 않았으며, 그래서 더 큰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르는 이를 많이 지니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그들의 능력은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단지 계명구도의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바로 그들로 인해 진정한 인재는 찾아들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큰일을 성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讀孟嘗君傳(독맹상군전)’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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