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Focus]노벨상 맞먹는 세계적 상 무엇이 있나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코멘트
올해 4월 열린 일본국제상 시상식. 일본과학기술재단이 주관하는 일본국제상은 응용과학 2개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과학자에게 매년 수여된다. 사진 제공 일본과학기술재단
올해 4월 열린 일본국제상 시상식. 일본과학기술재단이 주관하는 일본국제상은 응용과학 2개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낸 과학자에게 매년 수여된다. 사진 제공 일본과학기술재단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가 8∼10일 발표됐다. 노벨상은 명실 공히 과학 분야에서 최고 명성을 자랑한다. 우리는 한국 과학계에서도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되기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노벨상에 맞먹는 세계적인 상이 많이 있다. 다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노벨상의 명성에 가려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 국제 상은 한국의 젊은 과학도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 일본과 중국, 국제 과학상 여러 차례 받아

이탈리아 국제발잔재단은 1961년부터 자연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을 매년 선정해 ‘발잔상’을 수여하고 있다.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초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델라세라’의 편집장과 경영자로 일했던 에우제니오 프란체스코 발잔은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오가며 자선활동을 펼쳤다. 국제발잔재단은 그의 딸 안젤라 리나 발잔이 아버지의 뜻을 기리기 위해 1956년 설립했다.

발잔상의 상금은 100만 스위스프랑(약 7억7000만 원). 2001년부터는 수상자가 상금의 절반을 젊은 후학들의 연구에 내놓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발명가이자 외교관인 리카르도 울프 박사는 본격적인 자선활동을 펴기 위해 말년을 보내던 중 이스라엘에 1975년 울프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1978년부터 농학과 화학, 수학, 의학, 물리학 등 5개 분야 과학자에게 ‘울프상’을 수여해 왔다.

상금은 10만 달러(약 9200만 원). 지금까지 21개국에서 241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중국은 1978년과 2004년, 대만은 1991년, 일본은 1995, 2000, 2001, 2003년 울프상을 받았다.

일본과학기술재단이 주관하는 ‘일본국제상’도 최근 권위가 높아지고 있다. 매년 2개 과학기술 부문에서 살아 있는 과학자를 선정해 5000만 엔(약 4억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 “한국 10년 이내 필즈상 수상 기대”

4년마다 열리는 국제수학자총회에서 수여되는 ‘필즈상’은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노벨상의 과학 분야에 수학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출신 수학자인 존 찰스 필즈가 창시한 필즈상 수상자는 인원이 4명으로 제한돼 있는 데다 수상 당시 나이가 40세를 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벨상보다 심사가 더 까다롭다는 얘기도 있다. 상금은 1만3400달러(약 1232만 원).

필즈상 최다 배출국은 단연 미국. 15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일본도 지금까지 3명이나 받았다.

고등과학원 황준묵 교수는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브라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 활약 중인 30대 여성 수학자들이 국제 학계에서 유력한 필즈상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며 “늦어도 10년 이내에 한국도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의 저명한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2002년 아벨기념기금을 설립했다. 이듬해부터 매년 뛰어난 연구업적을 낸 수학자를 선정해 ‘아벨상’을 주고 있다. 상금은 92만 달러(약 8억4000만 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현구 원장은 “필즈상과 달리 아벨상은 나이 제한 없이 주로 권위자에게 수여되며 상금 규모도 커 또 다른 수학의 노벨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제학회 상은 학자의 명예”

지금까지 소개한 상보다는 격이 다소 떨어지지만 국제학회에서 수여하는 상은 한국에서도 종종 수상자가 배출된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남좌민 교수가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미국화학회의 ‘빅토 라머상’을 받았다. 이는 미국화학회 표면화학 분과가 박사학위를 받은 지 5년 이내인 젊은 과학자에게 주는 상. 수상자는 상금 2500달러(약 230만 원)를 받고 미국화학회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회원 수로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화학회나 미국물리학회는 각각 화학과 물리학의 세부 분야별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학자를 매년 선정해 상을 주고 있다. 천문우주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국제천문연맹(IAU)도 2000년부터 매년 1명 이상의 천문학자를 선정해 ‘그루버 천문학상’을 수여한다.

한국물리학회 김정구(서울대 교수) 회장은 “국제학회에서 상을 받는 것은 상금 액수를 떠나 학자로서 큰 명예를 얻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래스커상은 노벨상 ‘등용문’▼

1946년부터 시작된 ‘앨버트 래스커 의학연구상’(래스커상)은 생물학이나 의학 분야에서 노벨상에 필적하는 권위를 자랑한다.

미국 래스커재단이 매년 질병의 메커니즘 이해와 진단 및 치료에 괄목할 업적을 남긴 기초의학자와 의사를 선정해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래스커’라는 명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동한 자선가인 앨버트 우다드 래스커 씨와 그의 부인 메리 우다드 래스커 씨의 이름에서 딴 것.

래스커재단은 질병이나 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해 의학 연구에 많은 재정적 지원을 했던 이 부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됐다. 1953년 앨버트 래스커 씨가 죽은 뒤에도 부인 메리 래스커 씨는 1994년 사망할 때까지 평생을 미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여러 생명의학 관련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데 헌신했다.

래스커상은 학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신희섭(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회장은 “생물학계에서는 래스커상을 받으면 노벨상의 유력한 후보가 된다는 게 일종의 공식처럼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70여 명의 래스커상 수상자가 노벨상을 받았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미국 유타대 마리오 카페키 교수와 노스캐롤라이나대 올리버 스미시스 교수, 영국 카디프대 마틴 에번스 교수는 모두 2001년에 래스커상을 받았다. 이들은 현대의학에서 질병 연구의 기본이 되는 유전자 적중 기술을 동물(쥐)에 처음 적용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위에 사는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처음 발견해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서호주대 배리 마셜 교수도 1995년 래스커상 수상자다.

세계의 유수 과학 분야 상
주관제정 연도분야상금
발잔상이탈리아 국제발잔재단1961년자연과학, 의학약 7억7000만 원
울프상이스라엘 울프재단1978년농학, 화학, 수학, 의학, 물리학분야별 약 9200만 원
일본국제상일본과학기술재단1983년응용과학약 4억 원
필즈상국제수학자연맹1936년수학약 1200만 원
아벨상노르웨이 정부2003년수학약 8억4000만 원
자료: 각 상의 공식 홈페이지

▼노벨상에는 왜 수학상이 없나▼

노벨상은 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상. 하지만 이상하게 수학 분야가 없다.

노벨 천문학상이나 노벨 지질학상, 노벨 생물학상도 없지만 이들 분야는 물리학이나 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노벨 물리학상이나 노벨 생리의학상에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독 수학만 노벨상이 없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프랑스나 미국에서는 노벨상을 창시한 스웨덴 출신 발명가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이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 마그누스 괴스타 미타그레플러와 한 여인을 두고 삼각관계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노벨은 자신의 연적(戀敵)이 노벨 수학상의 첫 수상자가 되는 게 달갑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다.

단순히 노벨이 수학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노벨 자신이 과학자였기에 물리나 화학, 의학은 자신의 직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였다. 게다가 평소 문학에 조예가 깊은 평화주의자였다고 한다. 고등과학원 명효철 교수는 “요즘은 흥미 위주의 연적설보다 무관심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노벨은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통해 인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준 인물을 노벨 과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시 수학은 발견이나 발명처럼 실용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분야라기보다 이론 위주의 학문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노벨 수학상이 없는 이유에 대한 또 다른 설명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노벨 과학상은 현대 산업이나 의술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업적을 남긴 과학자가 받아 왔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