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눔 ‘美笑家 프로젝트’]<상>부모의 실천이 가장 큰…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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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도 습관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통해 배우고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생활이 된다. 본보와 국제구호단체인 굿네이버스, 롯데홈쇼핑이 함께 펼치는 ‘미소가(美笑家) 프로젝트’는 가족에서부터 나눔을 실천하자는 프로젝트다. ‘미소가’는 나눔의 아름다움(美), 나눔의 즐거움(笑), 나눔을 함께하는 가족(家)이라는 뜻. 가족이 함께하는 나눔을 통해 부모와 자녀의 정이 돈독해지고 건강한 기부 문화가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아비 오빠, 얼른 나아. 아이 러브 유∼.”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7월 중순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 한 병실에는 초등학교 2학년 상민(8) 양이 검은 피부의 한 소년을 끌어안고 있었다. 상민 양의 손에 몸을 일으켜 세운 소년은 굽은 등을 펴는 수술을 받고 누워 있던 에티오피아 소년 아비 아사미뉴(12) 군이었다.

상민 양 옆에는 아빠 곽희문(38) 씨와 아비 군 엄마의 손을 꼭 쥔 엄마 강동희(39) 씨가 서 있었다.

키가 130cm도 채 안 되는 상민 양이지만 아비 군의 몸무게가 19kg밖에 안 되는 탓에 양팔로 안는 데 버겁지는 않았다. 순간 아비 군의 크고 맑은 눈에는 웃음이 서렸다.

가족 중 아비 군을 가장 먼저 안 것은 엄마 강 씨였다.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번역을 하다 해외 공문에서 생후 6개월 때 당한 사고로 척추가 심하게 휜 소년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는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본보 7월 5일 A31면 참조

그날 밤 바로 가족회의가 열렸다. 아비 군의 병실을 지켜 주자는 엄마의 제안에 상민 양이 가장 기뻐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곽 씨 부부는 ‘내 아이를 대한민국 1%로 키우겠다’는 욕심뿐이었다.

그러나 딸에게 우연히 사 준 책이 부부는 물론 상민 양까지 바꿔 놓았다.

미소가 프로젝트에서 여는 그림대회
행사 사랑 나눔 그림 축제 ‘Drawing A World’(유치원부, 초등부로 나눠 진행)
시간 13일 오전 10시∼오후 4시
장소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참가신청 문의 02-6717-4000, www.f5.or.kr
참가비 5000원. 세계빈곤아동 후원금으로 사용
후원 동아일보 여성가족부 문화관광부 한국미술협회

상민 양은 미래에 대한 꿈을 저당 잡힌 채 노예생활을 하는 제3세계 어린이 얘기를 읽은 뒤 우느라 잠을 설쳤다. 부부는 부끄러워졌다. 이때부터 부부는 욕심을 버리고 상민 양이 불행한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상민이네는 그 뒤 매주 한 번씩 가족회의를 연다. 주제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나눔 활동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이다. 나눔 저금통과 소액 기부에 대한 홍보, 장애 어린이와 함께한 여름휴가 등 세 가족의 나눔은 모두 여기에서 결정됐다.

강 씨는 “가족 나눔을 하면서 수줍음이 많던 상민이가 부쩍 활발해졌다”며 “공유하는 가치가 생기니 가족이 더 끈끈해지고 모두 같이 커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기부, 일회성 벗어나야=나눔과 기부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낯선 말이 아니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 거리 곳곳에 모금함이 설치되고 전화 한 통으로 기부할 수 있는 자동응답전화(ARS)도 넘쳐 난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 기부는 여전히 일회성 행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금액은 2177억 원으로 2004년 1756억 원, 2005년 2147억 원과 비교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개인 기부 비율은 2004년 22.1%에서 2005년 16.8%, 지난해 16.1%로 오히려 줄고 있다. 나머지는 기업이나 사회·종교단체가 기부했다.

기관이나 단체를 정해 꾸준히 기부하는 사람도 적다.

아름다운재단의 ‘2005 한국인의 기부지수’에 따르면 정기 기부 비율은 20.4%에 그쳤다. 70%를 웃도는 기부 선진국 미국, 프랑스와는 격차가 너무 크다.

▽부모의 나눔이 가장 큰 교육=전문가들은 기부가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양용희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성장기인 유치원, 초등학교 시기 나눔 교육이 전무하다”며 “기부는 어려서부터 실천하면 습관이 돼 성인이 돼서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한 기부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자의 69%, 기부자의 75%가 어린 시절 부모들이 기부하거나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고 답했다.

가족 나눔은 단지 가족의 이름으로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상민이네처럼 가족 구성원끼리 나눔을 실천할 곳을 의논한 뒤 벌이는 기부 활동이다.

굿네이버스 홍선교 자원개발본부장은 “가족 나눔을 통해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고 자녀와의 대화가 느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이런 활동이 지속된다면 훌륭한 가족 유산과 건강한 기부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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