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68>豈見覆巢之下, 復有完卵乎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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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뒤집어진 둥우리 아래에서 다시 성한 알을 보리오!

豈(기)는 흔히 반어의 뜻을 나타내 어찌 ∼하겠는가 또는 설마 ∼하겠는가로 옮겨진다. 覆(복)은 뒤집어지다 또는 뒤집는다는 뜻이다. 顚覆(전복)은 뒤집혀 엎어지거나 뒤집어엎는다는 뜻이며 번覆(번복)은 이리저리 뒤쳐서 고치거나 뒤집는다는 뜻이다. 덮다 또는 가린다는 뜻이면 독음이 ‘부’인데, 覆面(복면·얼굴을 덮어 가림)이나 覆蓋(복개·덮음)처럼 ‘복’으로도 읽는다. 巢(소)는 둥우리나 집 또는 보금자리다.

復은 부사로서 다시 또는 재차라는 의미이면 ‘부’로 읽는다. 復活(부활)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고 復興(부흥)은 다시 흥한다는 뜻이다. 동사로서 돌아오거나 회복하다 또는 회답하거나 갚는다는 뜻이면 ‘복’으로 읽는다. 復古(복고)는 옛날 제도나 풍습을 회복한다는 뜻이고 復수(복수)는 원수를 갚는다는 뜻이다. 完(완)은 완전하다는 뜻이고 卵(란)은 알을 가리킨다. 乎(호)는 문장 끝에서 의문이나 감탄을 표한다.

한나라 때 孔融(공융)이라는 문인이 큰 죄를 지었다. 그는 그 화가 아들에게는 미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아홉 살 난 어린 아들도 화를 피할 수 없음을 분명히 알았다. 그리하여 당시의 상항을 위의 이 말로 비유했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파악한 어린이의 생동감 넘치는 비유가 신통하다. 覆巢無完卵(복소무완란)은 여기에서 온 말이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 전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한 부분도 온전할 수 없다. 그런데도 간혹 부분만의 안전과 이익에 매달리기도 한다. 부분의 희생으로 전체가 사는 경우는 있어도 전체의 몰락 속에 부분이 온전하기는 어려운 데도 말이다. 작게는 내 한 몸, 크게는 온 세상이 예외일 수 없다. ‘世說新語(세설신어)’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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