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60>受人施者常畏人,與人者常驕人

  • 입력 2007년 9월 2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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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베풂을 받는 이는 늘 상대를 두려워하고, 남에게 베푸는 이는 늘 상대에게 교만하다.

受(수)는 받는다는 뜻이다. 人(인)은 남을 가리킨다. 施(시)는 베푼다는 뜻으로, 施惠(시혜)는 은혜를 베푸는 일이다. 또 시행한다는 뜻이 있으니, 施政(시정)은 정무를 시행하는 것이다. 受人施者(수인시자)는 남에게 베풂을 받는 자 또는 그런 경우를 가리킨다. 常(상)은 항상의 뜻이다. 常道(상도·불변의 도리)에서처럼 일정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 있고, 常人(상인·보통사람)에서처럼 평범하다는 뜻이 있다.

畏(외)는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畏敬(외경)은 두려워하며 존경한다는 뜻이다. 與(여)는 준다는 뜻으로, 與人者(여인자)는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어 베푸는 사람 또는 그런 경우를 가리킨다. 驕(교)는 오만하고 방자함, 즉 교만함을 뜻한다. 驕人(교인)은 남을 얕보며 무례하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베풂을 받으면 고맙지만, 동시에 그 상대를 어려워하게 되고 심해지면 겁내며 또 그 앞에서 비굴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을 떳떳하게 유지하려면 비록 그것이 호의에 의한 것일지라도 베풂을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 반대로 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풀어주는 이는 상대를 쉽게 생각하기 쉽다. 베푼다는 우위의 처지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베풂이 클수록 그리고 빈번할수록 더욱 그러기 쉽다. 그래서 베풀면서도 역시 자신을 조심스레 돌아보아야 한다.

베풂을 주고받는 것은 얼마나 여유롭고 고마운 일인가? 베풂이 충만한 사회가 분명 아름다운 사회이다. 다만 그것이 자기과시나 교만함, 또는 두려움이나 비굴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역시 조심스레 생각해 볼 일이다. 가난했던 曾子(증자)가 임금의 하사품을 거절하며 한 말이다. 공자의 언행 및 제자와의 문답을 기록한 ‘孔子家語(공자가어)’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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