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니… 지금이 한국문학 중흥기”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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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 YES24가 주관하는 ‘2007 문학캠프’에 참가한 소설가 황석영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은희경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13일 독자들과 함께 황 씨의 소설 ‘장길산’의 배경이 된 전남 화순의 운주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YES24
인터넷서점 YES24가 주관하는 ‘2007 문학캠프’에 참가한 소설가 황석영 씨(왼쪽에서 세 번째)와 은희경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13일 독자들과 함께 황 씨의 소설 ‘장길산’의 배경이 된 전남 화순의 운주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YES24
“노벨 문학상 추천 1위라니 고맙고 쑥스럽습니다. 그러나 노벨상, 그거 별거 아니오. 작품은 작품으로 얘기해야지 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거든. 중요한 건 지금 한국문학이 중흥기에 들어섰다는 거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소설가 황석영(64) 씨가 동동주 한 사발을 쭉 들이켠다. “할 말은 하겠다”는 기개를 비치면서도 억양은 차분하다. 그 옆 은희경(48) 작가는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200여 명의 독자가 참여한 ‘YES24 문학캠프’에 초대된 다른 듯 닮은 둘. 13일 오후 전남 순천시 낙안읍성 민속마을의 한 식당에서 드디어 만났다.

두 작가는 지난달 인터넷서점 YES24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각각 ‘한국의 대표작가’와 ‘차세대 우리 작가’로 뽑혔다. 이를 기념해 12∼14일 전라도 일대에서 열린 문학캠프 작가 강연회에 초대받았다.

먼저 덕담이 오갔다. 은 씨가 수감 중인 황 씨를 면회했던 기억도 나눴다. 황 씨는 “은 씨는 늘 변화하는 작가”라며 “교도소에서 본 ‘새의 선물’, 미국에서 돌아와 단숨에 읽어 내려간 ‘상속’ ‘비밀과 거짓말’ 등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은 씨도 “황 선배의 문체는 건조하되 힘차다. 그리고 아름답다. 대학생 때 처음 읽었을 때 전율을 느꼈다”라고 화답했다.

오랜만의 회동인 때문인가. 황 씨는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문학 침체’라는 의제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금 한국문학은 오히려 중흥의 시기입니다. 최근 서사를 회복해 중심을 잡았습니다. 수준 높은 창작집이 많아요. 주위 일본은 근대문학의 종언을 선언했고 중국은 여전히 검열의 서슬이 시퍼렇소.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본격(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뒤섞는 시류에는 일침을 가했다. 황 씨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파울루 코엘류는 유독 국내에서만 인기 있는 작가”라며 “대중에게 게을렀던 문인들 잘못도 있으나 (대중 역시) 문학적 가치를 살피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벨상에 대해서도 “(국내 수상이) 이만큼 다가왔지만 정치적 배려가 강한 상에 좌지우지할 필요는 없다”면서 “작고한 이까지 치면 국내 문인 가운데 노벨상을 받을 만한 작가는 스무 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사회 현안도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해서는 “무고한 사람의 납치는 휴머니즘에 대한 범죄”라면서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나 동질성 부족이 가져온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평했다. 이번 문학캠프는 소설 ‘장길산’의 배경이 됐던 운주사 등을 둘러본 뒤 14일 막을 내린다.

순천=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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