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성석제의 그림 읽기]동네 가게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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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사서 잘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고장 나서 수리를 해야겠기에 자전거 가게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동네를 한 바퀴 다 돌았는데도 가게가 보이지 않는군요.

그러고 보니 전파사도 보이지 않네요. 집에 오래전에 고장 난 전기스탠드 등이 있는데요. 자전거를 고치면 뒷자리에 스탠드 등을 싣고 전파사를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웃 동네까지 갔다가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인터넷을 뒤진 끝에 인구 수십만 명이 사는 시내 전체에 몇 개 안 되는 자전거 가게를 알아냈지요. 그런데 가장 가까운 가게도 자전거를 끌고 가기에는 좀 멀리 있는 겁니다, 날도 더운데. 전화를 했더니 자전거를 차에 실어서 가지고 오라는 겁니다. 차에 자전거가 들어가지 않는다니까 다른 큰 차나 화물차를 빌려서 싣고 오라나요.

왜 이렇게 자전거 가게가 없느냐고 했더니 가게 주인은 사람들이 동네 자전거 가게에서 좀처럼 자전거를 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대도시의 대형 상가로 가거나 인터넷으로 전문점을 찾아서 산다는 거죠. 그래도 자전거를 가지고 오기만 하면 공짜로 고쳐 주겠다면서 내가 자신의 가게에서 자전거를 샀느냐고 묻더군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고는 얼른 전화를 끊었습니다.

인체에 비유하면 손가락, 발가락 같은 동네 단골 가게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그나마 장사가 되는 데는 대형 할인점이나 인터넷으로는 할 수 없는 업종뿐이지요. 미용실, 음식점처럼 사람 손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몇 분야는 가게가 많기는 한데 두세 군데만 잘되고 나머지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고 예전부터 가게를 해 오던 사람이 가게 문을 닫고 취직을 할 수 있나요. 가게 하는 사람들은 힘들고 가게에 볼 일이 있는 사람들은 참 불편하게 되었지요. 빵집, 서점, 옷가게, 시계포…. 여름날 오전에 물 뿌리고 청소한 자국이 남아 있는 가게 앞을 지나가며 정답게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이 보기 힘들게 된 건 말할 것도 없지요. 어쩌면 그게 가장 큰 손실인지도 모릅니다.

다른 가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거기서는 자전거 값이 많이 떨어졌으니까 아예 고장 난 자전거를 버리고 새로 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요? 전기스탠드 등만 새로 샀습니다.

성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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