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食慾’ 원초적 본능인가 반역자인가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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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협조 신라호텔
촬영 협조 신라호텔
《먹어야 산다. 하지만 인간은 살기 위해서 먹지만은 않는다. 음식은 그 자체로 기쁨이고 목적이기도 하다.

1987년에 나온 영화 '바베트의 만찬’은 식욕에 즐겁게 복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설파한다. 덴마크의 조그만 어촌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예루살렘’을 기다리며 삶의 쾌락을 거부한다. 맛난 음식도 멀리한다. 금욕주의 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던 마을 사람들은 요리사 바베트가 마련한 프랑스식 만찬을 먹음으로써 영혼의 구원을 받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식욕 본능에 충실할 때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할 우려가 크다.

현대인에게 식욕은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삶의 원초적 본능인 동시에 삶의 균형을 깨는 ‘반역자’다.》

음식이 주는 기쁨에 탐닉하다 보면 자칫 비만이란 재앙이 돌아온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다. 비만 치료와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는 인간에게 스트레스를 줘 폭식증, 거식증 등 정신적인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애초에 식욕이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사람은 왜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먹지 않는 것일까.

을지병원 정신과 신홍범 교수는 “음식물을 경작하거나 따로 저장할 수 없었던 원시시대에는 몸에 지방을 저장하는 능력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경쟁력이었다”면서 “인류는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게 됐으며 이는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유전적으로 대물림됐다”고 말했다.

음식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이 같은 유전적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인간은 종(種)의 특성상 살이 찌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고 현대사회는 덜 움직이는 생활환경을 제공하고 있기에 비만한 사람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비만의 원인에 대한 다른 설명도 있다. 인체는 지방을 하나의 장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간을 잘라내면 새로 자라는 것처럼 지방을 긁어내도 필요한 만큼 다시 채우게 된다는 주장이다.

‘결정론’도 있다. 사람의 키가 부모에 의해 결정되듯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몸무게의 상하한선이 정해져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다이어트를 통해 억지로 유전적 범위 이상으로 살을 빼면 원래 대물림된 신체 특성으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했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을 설명할 때 동원되는 이론이다.

음식에 대한 원초적 욕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배가 터질 정도로 먹지는 않는다. 몸속에 식욕을 조절하는 도구인 호르몬이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맛난 음식을 보거나 몸속에 영양성분이 부족할 때는 ‘그렐린’이란 호르몬이 분비돼 식욕을 돋운다. 반면 적정한 양 이상의 음식이 신체에 들어오면 ‘렙틴’이란 호르몬이 나와 식욕을 떨어뜨린다. 식욕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수십 가지나 된다.

이런 호르몬이 잘 작동되는 사람은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게 된다. 무슨 이유에선가 오작동이 일어나면 비만 또는 저체중 상태가 된다. 현대의학은 이런 관점에서 비만을 의지의 문제로 보지 않고 질병으로 규정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최적인 상태를 이미 알고 있다. 그 균형이 깨질 때는 끊임없이 신체가 신호를 보낸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려 노력하고, 수신된 신호에 따라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비만 탈출에 성공한다.

글=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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