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땅으로 71세 수녀님 희망 심으러 갑니다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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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기자)

“나이는 쓰지 마세요. 수녀원이 노인들 일 시킨다는 얘기 들어요.”

이 미셸(71) 수녀가 손사래를 친다. “뭐 어때요. 꼭 필요하기 때문에 오시라는 것인데….” 옆에 앉은 소 스텔라(61) 수녀가 웃으며 한마디 보탠다. 이 수녀는 다음 달 21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우간다로 떠난다. 》

목적지는 우간다 남부 빅토리아 호숫가에 있는 진자. 두 수녀가 속한 포교성베네딕토 수녀회는 그곳에 몇 년 전부터 수녀원을 건립하고 있다. 소 수녀는 이미 4년간 그곳에 머물다 지난해 말 귀국했다.

이 수녀의 임무는 건축 감독이다. 건축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이 수녀는 30대부터 여러 곳의 수녀원을 짓는 데 참여했다. 설계는 다른 사람이 하지만 수녀원만의 꼭 필요한 공간과 동선을 잘 아는지라 이 수녀의 손길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우간다 수녀원에 78세의 독일인 수녀가 원장으로 있지만 손이 달린다. 그래서 영어를 하는 이 수녀가 우간다행을 결심하게 됐다.

이 수녀는 서울에 있는 동안 외국에서 시집온 여성들을 위해 6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해 왔다. 그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취업알선 등을 돕는 노동사목을 하면서 3년 반을 보냈다. 분명 이 수녀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우간다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50달러에 불과한 빈국 중의 빈국이다. 종족 분규로 피란 행렬이 줄을 잇고, 에이즈 창궐, 빈부격차 등으로 원주민들은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있다. 또 일부다처제로 버림받은 엄마와 아이들이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녀회에서 할 일은 원주민 수녀를 양성하는 본래 임무 이외에도 많다.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해 피란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탁아소를 지어 아이들도 돌봐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진료소에서는 병마와 싸우는 주민들을 거둬야 한다.

“수녀가 모자라니 뒷바라지할 일이 정말 많아요. 운전하고 주방일 하고….”

소 수녀가 우간다에서 본 것은 절망적인 가난과 비참한 여성 및 아이들의 현실이다. “아직도 여자는 무릎을 꿇고 남편과 얘기하지요. 그러나 남편에게 버림받고, 살기 위해 이 남자 저 남자 받아들이다 에이즈에 감염됩니다.” “가정방문을 해 보면 가슴이 팍팍하게 막혀 밥을 못 먹을 정도였지요. 자연은 때 묻지 않고 정말 아름다운데….”

1년 기한이지만 이 수녀에게는 분명 고난에 찬 새로운 여정일 수밖에 없다. “어디를 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든 살면 사는 것이지요. 여생에 필요한 곳이 있다니 감사해야지요. 요즘 실직자도 많다는데….” 이 수녀는 조용히 웃었다.

안경 너머로 노수녀의 온화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소명의식이 느껴졌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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