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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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커윈 C 스윈트 지음·김정욱 이훈 옮김/440쪽·1만6500원·플래닛미디어

백악관을 차지했다… 너무나 비열했기에

첫 장을 열면 놓기 싫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던지고 싶다. 왜 ‘미스터 클린’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나, 선거는 과연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 등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를 바꾼 최악의 네거티브 캠페인 25위∼1위’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이나 주지사 선거에서 빚어졌던 추악한 선전 선동 사례 25가지를 정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교활한 닉(Tricky Nick)’으로 불린 리처드 닉슨, 린든 존슨 등 역대 대통령들은 네거티브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그렇기에 사례의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조지 W 부시와 존 케리가 격돌한 2004년 대선은 “기억하는 선거 중 가장 지저분했다”(정치학자 캐슬린 홀 제이미슨)는 평가를 받는다. 재선을 갈망한 부시 대통령의 진영은 케리 민주당 후보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맹공격했다. 특히 이 대선은 형식상 양 진영과 무관한 정치단체들이 비열할 정도로 상대 후보의 개인적 특성을 물고 늘어졌던 선거로 꼽힌다.

닉슨은 여러 사례에 등장한다. 1972년 대선 당시 대통령이었던 닉슨은 민주당 후보들을 ‘더러운 속임수’로 초토화했다. 닉슨 재선팀을 이끈 도널드 세그레티 변호사는 ‘조작한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거나 ‘닉슨을 위한 민주당원’이라는 단체를 조직해 민주당을 공격했다. 닉슨은 이 선거에서 50개 중 49개 주의 선거인단을 휩쓸었으나 21개월 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다. 닉슨은 1950년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50만 명에게 상대 후보를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전화를 걸어 몰아붙이기도 했다.

린든 존슨과 배리 골드워터가 맞선 1964년 대선에는 네거티브 TV 광고가 처음 등장했다. 존슨 진영의 정치 광고 전문가 토니 슈월츠는 “효과적인 정치 광고는 유권자들의 정치 철학을 바꾸기 위한 게 아니라 그들의 감정을 자극해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만든 정치 광고 ‘데이지 걸’(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한 TV 광고)은 단 한번 방영됐는데도 ‘크렘린궁에 미사일을 떨어뜨리고 싶다’고 했던 상대를 ‘한 방’에 보내버렸다.

에이브러햄 링컨도 예외는 아니었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4년 대선에서 거짓에 시달려 재선 가능성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의 진영도 민주당을 배신자로 묘사한 포스터를 도배하기도 했다.

저자는 조지아 주 케네소주립대 정치학 교수로 캠페인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생생한 네거티브 사례는 캠페인 현장에서 체험한 듯하고 문체는 “착한 사람과 겁쟁이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머레이 코티너·1950년 닉슨의 참모)는 말을 웅변하겠다는 투다.

이 책은 대선을 앞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 현실에 비춰 볼 만하다. 특히 네거티브 공세에서 팩트와 중상모략을 구분해야 한다는 부담을 독자에게 무겁게 지운다. 대부분의 네거티브 사례는 사실에 토대를 둔 검증이 아니라 과장이나 거짓으로 상대를 헐뜯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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