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27>避實就虛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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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실질을 버리고 허상을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 절에 찾아가는 이유는 佛道를 찾기 위함인데 불상을 믿거나 스님만을 믿고 돌아오는 일이 이에 속한다. 교회에 가는 목적은 하나님을 믿기 위함인데 하나님은 버리고 목사를 믿고 돌아오는 일이 이에 속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진실이나 진리를 찾아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타인도 그러하도록 봉사하기 위함인데 오직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도 이에 속한다.

避實就虛(피실취허)라는 말이 있다. 避는 피하다는 뜻이다. 避難(피난)은 난리를 피하는 것이고, 逃避(도피)는 도망하여 피하는 것이다. 實은 원래 과일, 익다, 가득차다라는 뜻이다. 忠實(충실)은 충성된 마음이나 진실된 마음이 가득차다라는 말이고 充實(충실)은 가득차고 또 가득차다라는 말이다. 忠實한 사람은 진실이 가득 찬 사람이라는 말이고 실력이 充實하다는 말은 실력이 가득 찼다는 말이다.

實은 이러한 의미에서 출발하여 진실, 실질, 실체라는 뜻을 갖는다. 實話(실화)는 진실된 이야기라는 말이고 實踐(실천)은 실제로 행하다라는 말이다. 就는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就勞事業(취로사업)은 일하는 데에 나아가는 사업이라는 말이고 就寢(취침)은 잠자는 데에 나아가다, 즉 잠자다라는 말이다. 虛는 텅 비다 또는 허상이라는 뜻이다. 虛空(허공)은 비고 비다라는 말이고 虛事(허사)는 텅빈 일, 즉 실질이 없는 일이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避實就虛는 실질을 피하고, 허상에 나아가다라는 말이 된다. 평생 함께 살아갈 배우자를 선택할 때 재물을 중시한다면 이것은 避實就虛이다. 그렇다면 나랏일을 책임질 사람을 뽑을 때는 무엇을 보아야 避實就虛가 아닐까?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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