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나의 충절은 임 향한 연정이었소…‘논개’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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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전2권)/김별아 지음/330∼342쪽·각 권 1만 원·문이당

다시 역사, 다시 여성이다. 신라 여성 미실의 삶을 그린 장편 ‘미실’로 화제를 모았던 작가 김별아(38·사진) 씨가 새 장편 ‘논개’를 들고 왔다.

사실 위험한 도전이다. ‘논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인 데다, ‘충성’의 이미지가 강해 위인전처럼 쓰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김 씨 자신도 그런 위험 요소를 짐작한 터다. “팜 파탈(요부)이면 오히려 소설을 풀어 가기가 쉬운데, 착한 여성은 고착화한 인상을 갖고 있어서 얘기를 만들기가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지난 2년을 캐나다 밴쿠버에 머물렀던 김 씨는 임진왜란 직전부터 종반까지, 겨우 20년을 살았지만 후대에 오래도록 기억되는 논개의 삶을 찬찬히 그려 보았다. 책 출간에 맞춰 최근 귀국한 김 씨는 “‘의암기’ ‘호남절의록’ ‘진주목읍지’ 등 문헌기록을 쌓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고 집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2005년 황우석 사태를 겪으면서 광기에 가까운 애국심을 목도했고, 그것을 보면서 민족과 집단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봤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김 씨는 외침을 겪은 나라를 근심 걱정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자 논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소설은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강으로 투신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유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에서 4갑술(갑술년, 갑술월, 갑술일, 갑술시)이라는 특이한 사주를 갖고 난 여자 아이. 부모는 ‘논개(개를 낳다)’라는, 사주만큼이나 특이한 이름을 붙이고 정성스레 키운다. 부친의 이른 죽음에다 숙부의 계략에 휘말려 어린 논개는 세도가에 팔려 갈 뻔했지만, 현감 최경회의 도움으로 화를 면한다.

작가는 논개가 성장해 최경회와 부부의 예를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소설적 상상력을 발휘해 무리 없이 전개한다. 성장소설에 가까운 첫 권이 지나면 논개가 역사의 비극적인 운명에 휘말리는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김 씨가 특히 주목한 것은 “조선시대 충(忠)은 여성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었고 절개는 기생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도, 논개가 관기로서 충과 절개를 지켰다”는 것. 작가가 보기에 이 빈틈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사랑’이었다.

최경회가 의병을 훈련시킬 때 논개는 동네 부인들을 모아서 의병의 수발을 들면서 전쟁에 동참한다. 진주성에 입성한 남편을 찾아가기 위해 남복으로 변장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듯 나라의 위기를 온몸으로 겪지만 논개에게 가장 처절한 소식은 남편의 죽음이다. 정사에서는 기생이냐, 정렬부인(貞烈夫人)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작가는 논개가 사랑의 원수를 갚기 위해 스스로 관기가 되기를 선택한 것으로 묘사한다. 작가가 그리려고 했던 논개는 위인이기에 앞서 여성이어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논개의 고결한 이미지를 고려하다 보니 캐릭터가 풍성하게 표현되지 못한 듯해 아쉽기도 하다”는 작가. 그렇지만 ‘누구나 다 아는 것 같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논개의 속내를 헤아리는 도전을 무사히 치러내 마음이 놓이는 눈치다. 김 씨는 “변영로와 한용운의 시, 박종화 정한숙 전병순의 소설 등 앞선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논개에게 빛을 비추었듯 나 또한 새로운 빛을 비추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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