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재활용이 패션이다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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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서 '넝마주이'를 본 적이 있는가.

거리의 고철 깡통과 각종 폐기물을 주워 살림을 꾸리던 모습. 1970년대만 해도 흔한 풍경이었다. 괜한 선입견 탓에 비하의 대상도 되기도 했지만 넝마주의는 "훌륭한 재건 요원이자 국내 재활용 산업의 선구자"(김기협 생산기술연구원장)였다.

21세기 신(新) 넝마주의의 시대가 오고 있다.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다. 요즘 부쩍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로하스(Lohas)'적 발상이다. 로하스란 '건강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환경보전과 건강을 위해 당연히 선택해야 할 생활방식은 재활용이다.

과거 재활용이 갖고 있던 싸구려 이미지는 이젠 옛말이다. 수준 높은 패션이나 디자인과 연결돼 재활용은 세련된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해외에서는 '에코 패션'이라 불리며 고가의 명품으로 각광받는 브랜드들이 다수 출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 외국보단 미미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재활용 패션과 에코 디자인의 세계를 살펴봤다.》

디자인으로 승부 …‘명품’으로 부활

○ 세상에 하나뿐인 독특함의 미학

현수막.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요즘도 길거리에 넘쳐난다. 도심에선 여전히 불법광고 현수막을 붙이고 떼는 전쟁이 한창이다. 수거한 현수막을 소각하느라 또 다시 비용이 발생한다.

‘에코파티 메아리’의 숄더백과 하이힐 등은 이렇게 버려지는 현수막을 재활용한 제품이다. 2003년 아름다운 가게의 제1회 재활용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현수막 가방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됐다. 지금은 가방 구두 등 패션용품은 물론 매장 쇼핑봉투로도 활용된다.

에코파티 메아리는 국내에서 재활용 패션을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시킨 첫 번째 브랜드다. 생활 폐기물을 주로 이용한다. 공사장에서 건물을 가리던 천이나 헌 소파의 가죽, 과일이 담겼던 박스, 버려진 옷이 소재가 된다.

재활용품의 특성상 소재나 상태가 달라 결과물도 각양각색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이 많다. 5, 6가지 제품을 리폼해서 만들어진 의류는 독특하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하다. 에코파티 메아리의 조혜원 매니저는 “재활용한다는 사회적 의미도 크지만 남과는 다른 자기만의 물건을 갖는다는 데 소비자들이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출시한 지 1년이 채 안 됐지만 단골 고객이 많다.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이 주 고객이다. 올 1월 전시회에서 인연을 맺은 연예인 정선희 노영심 등도 에코파티 메아리 제품을 즐겨 사용한다.

최근 빈티지 열풍도 재활용 패션에 대한 관심을 높인 요인. 재활용 패션을 즐긴다는 회사원 이혜원(34) 씨는 “얼마 전까지도 재활용 제품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강했다”며 “요즘엔 주변 사람들도 하나의 생활문화나 패션 코드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덕분에 다양한 재활용 패션 브랜드가 최근 많이 선보였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신진 디자이너의 참여가 늘고 있다.

글=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있는 재료로 새것보다 더 세련되게
에코디자인 생활 속으로 성큼

英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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