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장준하, 독자적 근대화 의식공유”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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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9월 신민당 소속 의원들(앞에서 세 번째가 장준하)이 시청 앞에서 벌인 3선개헌 반대 시위. 이상록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사는 비판 지식인들이 박정희 정권과 근대화를 두고 경쟁 갈등하는 심리를 갖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69년 9월 신민당 소속 의원들(앞에서 세 번째가 장준하)이 시청 앞에서 벌인 3선개헌 반대 시위. 이상록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사는 비판 지식인들이 박정희 정권과 근대화를 두고 경쟁 갈등하는 심리를 갖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상록 국사편찬위 연구사 주장

피노체트, 무솔리니, 히틀러…. 20세기는 많은 독재자를 낳았다. 그동안 이들 독재정권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민중을 억눌러 민주주의를 희생하고 강제동원을 통해 집권을 유지했다는 일원론적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나치 정권이나 파시스트 정권 연구 등을 통해 20세기 독재정권의 수립 및 지속에 대중의 호응이 뒷받침되었음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됐다. 국내 학계에서는 한양대 임지현 교수가 ‘대중독재론’으로 그 선봉에 섰고, 독재정권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제시해 현대사 분석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5∼27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대중독재와 모더니티’는 이 같은 인식을 근대화와 결부해 대중독재를 평가하는 자리다. ‘독재체제’는 근현대의 반동적 흐름으로만 치부돼 왔으나 참석 학자들은 이 같은 이분법을 지양하고 대중독재를 현대화가 낳은 파생품으로 바라본다.

기조 강연을 맡은 로저 그리핀 옥스퍼드 브룩스대 교수는 20세기 독재를 권위주의적 대중독재와 전체주의적 대중독재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권위주의적 대중독재는 소수 세력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전체주의적 공산주의, 혹은 파시스트 정권이지만 전체주의적 대중독재는 정치적 근대화의 일종으로서 사회 가치체계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안적인 근대화 창출을 내세우며 아래로부터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낸다.

이와 관련해 이상록 국사편찬위원회 편사 연구사의 박정희 정권 시기의 박 대통령과 비판 지식인에 대한 평가는 흥미롭다. 그는 ‘경합하는 모더니티들: 박정희 정권기 남한의 근대화에 대한 비판적 지식인들의 관점들’이라는 논문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정책과 비판적 지식인들 사이에 나타난 근대화에 대한 심리적 유사성을 고찰했다.

그는 5·16 당시 군사 쿠데타를 적극적으로 환영했던 장준하 및 비판 지식인들을 통해 이들과 박 대통령 사이에는 근대화에 대한 ‘식민성’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식민성’이란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서구’를 철저히 타자화하고 배척하면서도 근대화를 통해 그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일종의 심리적 압박감이다.

이 연구사는 “비판지식인인 박현채가 ‘민족경제론’을 내세운 것이나 박 대통령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한국식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근대화를 서두른 것도 서구를 타자화하면서도 그 경제적 근대화는 따라잡아야 한다는 심리적 동일선상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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