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나’를 찾아 지구를 떠돌다… ‘사람에게 가는 길’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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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분쟁의 땅 북아일랜드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코리밀라 공동체. 그들에게는 나이도, 종교도, 인종도 구분이 무의미하다. 사진 제공 마음의 숲
차별과 분쟁의 땅 북아일랜드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코리밀라 공동체. 그들에게는 나이도, 종교도, 인종도 구분이 무의미하다. 사진 제공 마음의 숲
◇ 사람에게 가는 길/김병수 지음/432쪽·1만2000원·마음의 숲

《이해할 수 없다. 팔당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농부(원래는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였다)가 어느 날 길을 떠났다. 농장 일과 어린 두 딸을 부인에게 맡겨 놓고…. 무려 2년 6개월 동안 세계 21개국 38개 공동체 마을을 순례했다. 애초부터 책 한 권 쓸 요량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에 쉽게 쓰고 쉽게 읽히는 순례기 또는 여행기는 주위에 널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궁금해지는 대목은 바로 저자의 여행 동기다. 무언가 절박하고, 삶과 죽음을 넘나들 정도의 치열한 화두가 들려 있지 않다면 일상에 묻혀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 내던지고 훌쩍 떠나기 어렵다.》

저자는 스스로 ‘가정사에 얽힌 우여곡절이 많은 어린 시절을 경험했고’ ‘가정, 행복, 정과 같은 따스함이 묻어 있는 단어들보다는 그리움 외로움 절망 미움 결핍 고통 등의 단어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자가 찾은 공동체는 각기 다르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와 마약중독자 치료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휴메니버서티’, 가장 이상적인 노동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트윈 옥스’, 틱낫한과 함께 삶의 의미를 되짚어 주는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 등등.

그리고 그곳에는 대안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대안(代案)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삶이 진짜인지, 그들의 공동체적 삶이 진짜인지 헷갈린다.

전 여행을 통해 저자가 내면에 깊이 박혀 있던 고통을 떨쳐버리고 거듭남의 기적을 체험한 곳은 아마존 밀림에서 찾아낸 공동체 ‘세오 도 마피아’였다. 그들이 종교적 제의 때 마시는 ‘산토다이메’란 차를 마시고 저자는 환영을 통해 잠재의식 속에서 자신을 괴롭혀 온 온갖 뒤틀린 가족 관계를 토해낸다. 그리고 “나무를 만지면 내가 나무가 되고, 나무가 나로 보이는 그 벅찬 자유로움과 환희와 희열을 어떻게 설명하랴”고 포효한다.

저자가 오랜 세월의 유랑을 통해 발견한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의 ‘관계’다. 관계의 결핍, 관계의 왜곡에서 오는 그 병은 저자 자신의 것이기도 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관계들을 체험하면서 그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노인’이 돼 버렸다.

‘어린이가 자기는 한계가 많고 부족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면 소년이 된 것이고, 자기뿐 아니라 남들도 모순투성이 인간임을 알게 되면 청년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부족하단 걸 알고도 사랑할 줄 알게 되면 어른이 된 것이고, 남들뿐 아니라 한계투성이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으면 이미 노인이 된 것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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