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결말 바꾸니 영화가 흥미롭네요”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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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모티브만 갖고 간 영화니까 난 책임이 없어요.”

노작가의 무대 인사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씨네큐브에서 열린 영화 ‘밀양’의 시사회. 이 작품은 이청준(68·사진) 씨의 단편 ‘벌레 이야기’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제작사는 이날 문인 30명을 특별히 초대했다. 은희경 천운영 윤성희 편혜영 김애란 백가흠 씨 등 후배 작가들이 함께했다.

이 씨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영화화한 ‘천년학’(감독 임권택)도 올해 개봉했으나 대부분 극장에서 조기 종영했다. “임 감독한테는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던 노작가는 ‘밀양’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영화가 소설보다 낫다.” 영화가 소설보다 더 감동적이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텍스트에 다양한 해석을 덧입힐 수 있기에 영화는 앞서 나온 소설을 이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결론이 다르지요? 소설에선 아들을 잃은 엄마가 결국 자살하지만, 영화는 세상과의 화해를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나지요. 그게 흥미롭던데….”

5·18민주화운동 직후 쓰인 원작은 ‘피해자가 먼저 용서도 할 수 없는’ 폭압적인 정치 상황에 대한 알레고리였다. 이에 비해 영화는 보편적인 인간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다. 30년 가까운 시간차가 있는 만큼 작가(또는 감독)가 맞닥뜨린 당면 과제도 당연히 다르고, 결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문학은 독방예술이지만 영화는 광장예술인지라, 관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요. 영화의 결론이 희망적인 것도 더 많은 관객과 공감하기 위해서일 터이고요.”

‘영화 판정승’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노작가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벌레 이야기’가 없었다면 ‘밀양’도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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