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아이 독서지도]글자 없는 그림책, 어때요?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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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열성인 엄마라도 읽어 주기 곤혹스러운 책이 있다. 그림책이다. 보통 ‘읽는다’고 하면 글자를 말하기 때문에 아이가 클수록 점점 글자가 많은 책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라면서 독서력이 높아져 글자 많은 책을 읽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글자에만 너무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책이다. 글과 그림을 함께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림에 거의 신경을 안 쓴다. 그림에 관심을 준다 해도 글을 다 읽고 난 다음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의 관심은 그림에 있다. 글자를 못 읽는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읽어 주는 글을 귀로 들으며 눈으로는 그림을 읽는다. 그것도 아주 꼼꼼히 본다. 엄마가 읽어 주는 이야기와 그림을 연결하며 그림 속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때로는 글에 나타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내기도 한다.

아이는 그림을 통해 글보다 더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림이 보여 주는 세계에 빠져든 아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읽어 주지 않았던 새로운 책을 혼자 읽기도 한다.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느낌대로 자유분방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아이가 그림만 보면 엄마는 불안해한다. 때로는 아이가 글 내용과 관계없는 그림의 한 부분만을 이야기 하면 책 내용에서 벗어난다고 여기기도 한다. 어떤 엄마는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아이 눈을 글자에만 집중시키는 경우도 있다.

글자 중심으로 책을 읽어 주던 엄마는 어느 순간 글자가 없는 장면이 등장하면 당혹스러워한다. 읽어줄 게 없기 때문에 슬쩍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면 아이가 더 당혹스러워한다. 보통 글자 없이 그림만 있는 페이지는 감정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참 감정에 몰두하려는데 엄마가 다음 장으로 넘기면 맥이 풀리고 만다. 엄마가 이를 눈치 채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그림 책 읽는 참맛을 놓치게 된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엄마가 글을 중심으로 책을 읽어 주더라도 반드시 그림을 중심으로 보는 아이의 호흡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림책이란 엄마가 읽어 주는 책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는 책이 되어야 한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글자 없는 그림책’은 어른들이 그토록 신경을 쓰는 글자가 전혀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난감하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그림을 중심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림을 중심으로 보는 아이들의 호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림이 이야기하는 그림책의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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