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윤준상 ‘국수전 50년’ 품다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1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새 국수에 오른 윤준상 4단이 멋쩍게 웃고 있다(위). 아래는 이창호 9단과의 국수전 대국장면. 이훈구  기자
1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새 국수에 오른 윤준상 4단이 멋쩍게 웃고 있다(위). 아래는 이창호 9단과의 국수전 대국장면. 이훈구 기자
《신예 윤준상 4단이 ‘돌부처’ 이창호 9단을 꺾고 새 국수(國手)로 등장했다. 윤 4단은 16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50기 국수전 도전 5번기 제4국에서 이 9단을 224수 만에 백 불계승으로 꺾고 종합전적 3 대 1로 우승했다.》

윤 4단은 1987년 11월생으로 19세 4개월의 나이에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함과 동시에 한국 바둑의 1인자로 불리는 국수의 반열에 올랐다. 1955년 창설된 국수전은 국내 바둑대회 중 최고(最古)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으며 국수 타이틀은 국내 프로기사 중 최고수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올해 50기까지 국수 타이틀을 획득한 기사는 윤 4단을 포함해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최철한 등 10명에 불과하다. 상금은 4000만 원.

이날 대국은 초반 이 9단의 우세로 시작됐으나 윤 4단이 이 9단의 느슨한 대응을 틈타 미세한 형국을 만든 뒤 중앙을 굳히면서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흑은 37까지 두터웠고 백이 38에서 방향 착오를 일으키자 흑 39, 41의 잇단 강수가 나왔다. 흑이 57까지 실리를 취하자 우세를 차지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흑 77의 패착이 놓이자 1, 2국에서 이 9단이 거푸 당했던 역전패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윤 4단은 백 78의 절대수로 역전의 디딤돌을 다졌다. 국수전 해설을 맡은 김승준 9단은 “승부처는 좌변의 접전이었다. 흑 77은 이 9단에게 두고두고 한이 남는 수일 것”이라며 “백 78이 워낙 두터운 곳이어서 이 9단이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고 윤 4단의 깔끔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윤 4단은 대국이 끝난 뒤 “17일이 어머니 생신인데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따고 싶은 타이틀이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윤 4단은 입단 이듬해인 2002년 LG배 세계 기왕전 본선에 진출한데 이어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조훈현 9단과 붙어 첫 판을 이긴 뒤 두 판을 잇달아 내주며 석패해 ‘거물 신인’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후 번번이 4강문턱에서 무너지면서 ‘미완의 대기’로 불렸다. 2006년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 최강전에서 준우승한 게 최고의 성적이다.

한편 이 9단은 1월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의 칭하오 9단에게 무너진 뒤 올해 2개의 타이틀을 내주면서 국내 2관왕(KT배 왕위전, 전자랜드배 왕중왕전)에 머무르고 있다.

다음은 윤 4단과의 일문일답.

―언제 이겼다는 확신이 들었는가.

“초반에는 약간 나빴는데 좌변에서 잘 풀리면서 바둑이 괜찮아졌다.”

―지금까지 올라오며 가장 어려웠던 승부는 언제였나.

“이 9단과의 제3국이었다. 꼭 이겨서 3 대 0으로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했다. 그런데 그 판을 내주며 오히려 부담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졌다.”

―세계 최강 이 9단과 대국했는데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2004년 LG정유배 예선에서 이 9단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는 처음이라 많이 떨렸고 그래서 제대로 못 뒀는데 이제는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괜찮았다.”

―프로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있다면….

“건강과 체력이다. 군대 문제도 남아 있는데 학교(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다니고 있어 아직은 괜찮다.”

―취미는 어떤 것이 있나.

“축구 수영 등을 주로 하고 음악과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 중국 드라마 보는 것도 좋아한다.”

―다음 기에 누가 올라왔으면 좋겠는가. 쉬운 상대를 원하나.

“글쎄…. 이 9단과 다시 붙고 싶다. 피곤하지만 이 9단과 두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우승 상금은 어디에 쓸 것인가.

“제 돈이 아니고 통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어머니가 밥 살 돈만 주셨으면 한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