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애호가들 ‘그림錢爭’… K옥션 미술품 경매

  • 입력 2007년 3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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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보물 잡자” 500여명 치열한 눈치 작전… 350만원 예상가 1100만원 낙찰도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 K옥션. 경매장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눈빛이 빛났다.

사석원의 작품 ‘거북이’를 두고 “350에서 시작합니다”라는 경매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가격을 부르는 소리가 나왔다.

400…620…700…720…. 예상가 350만 원의 두 배인 700만 원을 넘긴 상태였지만 경쟁은 계속됐다. 결국 ‘54번’이 1000만 원을 부르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들렸다.

“미쳤어…” “왜 저래…” 끝난듯 했으나 다시 “1020만 원”이라는 반격이 이어졌고 ‘54번’은 1100만 원으로 받아쳤다. 1100만 원은 최종 낙찰가가 되었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휴대전화를 들고 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게 의견을 주고받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500만 원대의 작품 3점을 낙찰 받은 박종인(가명·45·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이곳 현장에 오는 사람들은 몇 억의 작품이 아니라 몇백만 원선의 저렴하고 알찬 작품들을 사러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경매장에 오지 않더라도 서면이나 전화로 입찰할 수 있다. 경매는 연회비 10만 원을 내고 유료회원이 되면 누구나 가능하다. 현장 응찰은 ‘싼’ 가격으로 원하는 작품을 건질 가능성이 많지만 충동구매의 단점도 있다.

서면응찰은 미리 원하는 작품에 낼 수 있는 상한가를 주최 측 직원에게 전달한 뒤 대리 구매하게 하는 것이다. 전화응찰은 현장에 있는 직원과 전화 통화를 하며 가격을 결정한다. 서면응찰과 마찬가지로 신분 노출을 꺼리거나 거리가 멀어 오기 어려운 경우 이용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이날 박수근의 유화 ‘시장의 사람들’이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인 25억 원에 낙찰됐으나 구매자를 알 수 없었다.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날 판매된 고가의 미술품들은 모두 서면입찰자들이었다.

박수근의 작품 두 점의 경매가 끝난 뒤 휴게실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휴게실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찾지만 분위기 파악을 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25억 원의 낙찰가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경매사로 나선 김순응 대표는 주요 경쟁 고객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은근히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살 가능성이 있는 분을 관심 있게 쳐다보며 (번호표를) 한 번 들 걸 두 번 들게 만든다”며 “손님마다 얼굴 표정이나 태도를 보면 어느 선까지 올라갈지에 대한 감이 온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옥션의 신뢰도에 상처를 주기 때문에 원치 않는다고 한다.

그는 “충분한 지식 없이 와서 투자에만 열을 올리면 오히려 돈을 잃기 쉽다”며 “10년 후 뜰 것 같은 작품을 고르는 것이 좋지만 미술품 구입의 가장 기본은 자기가 곁에 두고 싶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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