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다마링크는 세계적인 그림 모나리자가 도난당했다는 속보로 시작된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장소의 네 명에게 익명의 소포가 배달된다. 상자 안에는 4등분된 모나리자와 암호 같은 글귀, 그리고 약속 장소와 시간이 적힌 명함이 들어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매그너스 교수, 산타마리아 성당의 비토리오 신부, 전직 변호사인 테오, 정보기술(IT)업계의 미녀 바버라는 모나리자를 한 조각씩 들고 약속된 장소로 모인다. 생면부지의 그들은 100시간 내에 누가 왜 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스키다마링크는 다빈치코드 식의 박진감 넘치는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분초를 다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테오를 비롯한 4인방은 프랑스인 특유의 재치와 여유를 발휘한다. 한니발을 능가하는 잔혹한 연쇄살인범이 그들을 노리는데도 그들은 일단 밥상부터 차리고 본다. 유기농 야채로 만든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신의 물방울’에 나올 법한 와인을 곁들인 뒤 갓 뽑은 에스프레소를 마신 뒤에야 “자, 이제 어디로 도망갈까”라고 묻는다. 도망가는 중간 중간에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려 하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와 같은 유명한 구절을 주고받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때문에 모나리자가 4등분되고, IT업계의 제왕 스타이너 회장이 납치돼 살해되고, 청부살인업자가 잔혹하게 고양이의 배를 갈라도 전혀 하드고어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장르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스키다마링크의 주제는 시사적이고 철학적이다. 자유시장 경제, 개인주의, 과학, 민주주의를 이른바 서구 문명의 네 가지 중심축으로 세우고 소설 전반에 걸쳐 그 폐단을 지적한다. 다만 도발적 사건과 캐릭터의 설정은 프랑스의 코스 요리 같은 데 비해 결말이 미국 할리우드의 패스트푸드 같아 아쉽다. 그래도 오렌지와 올리브 향기 가득한 프랑스 휴양도시에서 애거사 크리스티와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을 즐겨 읽던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 처음으로 발표한 장편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마저도 풋풋하고 신선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한혜원 계원조형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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