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여의도 밖 학자들의…‘헌법 다시 보기’

  • 입력 2007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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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다시 보기/함께하는 시민행동 엮음/425쪽·2만 원·창비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의 공통 공약이었던 개헌 문제는 올해 초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오히려 미궁에 빠져버렸다. 이제 개헌논의는 대선승리라는 정치논리뿐 아니라 ‘노무현 변수’를 염두에 두고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최악의 회피를 추구하는 ‘게임이론’으로까지 비화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헌논란 훨씬 전부터 현행 1987년 헌법의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해 온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엮은 것이다. 법학자 철학자 정치학자 여성학자가 포함돼 있어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킨다는 현재의 ‘원포인트’ 개헌 논의보다 심층적이다.

그 문제의식은 동국대 홍윤기(철학) 교수의 ‘국민헌법에서 시민헌법으로’와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헌법개혁과 한국 민주주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현 헌법이 시민사회를 배제한 채 정치세력 간 정략적 타협으로 이뤄졌으며, 대통령 탄핵과 수도이전 등의 결정이 선출된 권력이 아닌 헌법재판소를 통해 이뤄지는 민주정부의 무능과 사법 권력의 강화를 낳았다는 비판이다. 또 대한민국을 21세기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재디자인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 헌법에 담겨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대통령제냐 내각책임제냐, 대통령 중임제냐 단임제냐와 같은 권력구조의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병역 의무를 다하지 않은 여성을 2등 시민으로 깎아내리는 남성 중심의 차별 조항에 대한 비판에서 일본의 평화 헌법처럼 전쟁권을 차단해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파격적 내용이 많다. 개헌 절차에 있어서 국회와 별도로 제헌의회와 유사한 시민의회를 구성해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저자들은 “스위스의 경우 30년에 걸쳐 개헌작업을 펼쳤다”며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적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하루빨리 지난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개헌논의를 떠나 개헌의 압박은 갈수록 커져갈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나 정치권에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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