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문단, 논쟁의 꽃이 활짝… ‘2000년대 문학’ 공방

  • 입력 2007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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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쟁의 시대가 시작되었다.”(평론가 이광호)

맞다. 속속 출간되는 2007년 계간지 봄호들은 ‘독설’로 가득하다. 이른바 ‘2000년대 문학’을 둘러싼 설전들이다. 집단의 문제를 고민했던 1980년대 문학과 개인의 내밀한 삶을 조명한 1990년대 문학 이후, ‘2000년대 문학’은 앞선 세대와 어떻게 다르냐는 게 초점이다.

○ 한국문학사의 금기어를 발설하다

발단은 이광호 씨 스스로 “내가 한국문학사의 가장 오래된 ‘금기’(문학이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을 수도 있다는)를 발설한 것을 안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 그대로다.

민족문학 진영 평론가들은 이미 계간 ‘창작과비평’을 통해 이 씨와 김형중 씨의 이 같은 ‘2000년대 문학 분석’을 공격했고 이 씨와 김 씨는 이번 ‘문학과사회’ 봄호 특집에서 민족문학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이 씨와 김 씨 기고의 요지는 “2000년대의 새로운 문학은 ‘리얼리즘-모더니즘’식의 과거의 비평적 잣대가 들어맞지 않는데, 민족문학 진영은 리얼리즘이라는 오랜 틀로 파악해 묶어버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것.

이 씨는 “민족문학론자들의 비평의 잣대인 리얼리즘은 텍스트 분석의 방법론이 아니라 지도 이념의 권위적 담론이 돼 버렸다”면서 “민족문학 진영은 ‘6·15시대’ ‘통일시대’ 같은 거대 담론적 시대 규정을 앞세워 개별 문학 텍스트를 규율하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김 씨도 민족문학 진영의 리얼리즘의 잣대가 모더니즘의 세례를 거쳐 갱신되었다 해도, “실제로는 갱신 이전의 완고한 리얼리즘적 범주나 나이브한 감상이 작품 분석에 적용될 뿐”이라면서 “갱신된 리얼리즘이란 영영 묘연한 일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 씨는 이번 기고에서 자신이 2000년대 문학의 특징으로 호명한 ‘무중력’이라는 개념을, 민족문학 진영의 임규찬 한기욱 씨가 “극심하게 오독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한다. 이 씨는 이들이 ‘무중력’ 개념을 탈정치적·탈사회적 가치로 읽은 것은 잘못이라면서, “문학텍스트가 한국 사회의 특정한 역사적 경험과 무관한 글쓰기를 보여 준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새로운 정치성’을 함유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박한다.

금기를 발설한 만큼 공격과 반박이 이어지는 등 논쟁의 충격은 크다. 양쪽 모두 치밀한 이론으로 무장해 논쟁은 정치하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새롭지만 소통 가능한가?”

‘2000년대 문학’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심진경 씨는 ‘창작과비평’ 봄호에서 한유주 박형서 이기호 씨 등 2000년대산(産) 작가들의 소설을 분석하면서, “젊은 소설들이 형식적으로는 새로워 보이긴 하지만, 인간과 세계에 관한 새로운 통찰보다는 독아론적 물음이나 유희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의문예비평’ 봄호에서는 박민규 황병승 씨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권유리야 씨는 박 씨의 소설 ‘핑퐁’이 자본주의 비판 정신으로 포장됐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투항한 자의 체념과 냉소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험 시의 대표주자인 황병승 씨에 대해서도 “난독(難讀)이나 재독(再讀)의 수고에 비해 얻을 보람이 많지 않다”(엄경희 씨), “지나치게 자의식 속에 머물러 있어 아주 힘겨운 독서과정을 거쳐야 하는 자기중심적 시 쓰기의 극단” (하상일 씨)이란 비판이 나왔다.

이렇게 오랜만에 ‘시끄러운’ 설전이 벌어지면서 문단은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작품’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놓고 벌이는 논쟁인 만큼 생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세기의 문학에 대해 평론가들이 어떤 새로운 잣대를 찾을지, 날선 비판에 작가들은 어떤 작품으로 답할지 기대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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