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독고 윤]‘표절은 범죄’ 학교서 가르쳐야

  • 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표절은 단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함으로써 발생하는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부도덕하고 위법한 도둑질로서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 행위이다. 모든 인간사회에서는 창작물에 대해 인정, 보수 또는 명예 등의 대가(代價)를 지불한다. 학생이 시험 답안지를 제출하고 성적을 받는 일, 회사 직원이 보고서를 제출하고 인정을 받는 일, 기업이 신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는 일, 가수가 신곡을 불러 인기를 누리는 일, 교수가 논문을 써서 업적으로 인정받는 일은 모두 창작에 대한 대가이다.

선진화 위해 꼭 청산해야 할 과제

누구든지 일한 만큼 보상받아야 하듯이 지식사회에서는 창작을 인정하고 보호해야만 한다. 공정한 보상체계는 사회가 효과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에 대해 엄벌을 가하라는 여론, 학계에서 끊이지 않는 표절 의혹에 대한 사회적 성토, 대리번역에 대한 독자의 실망, 한국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비난은 공정한 보상체계를 깨뜨리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인 분노이다.

표절의 용납은 사회의 부정직성을 나타내는 기준이기도 하다. 부정직한 사회일수록 대내외적으로는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럴수록 구성원의 제반 행위에 거래비용이 발생해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표절이 만연하는 나라에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인식된다면 국가경제가 보는 손해는 지대할 것이다.

지금은 정직성과 창의력이 가치 있는 생산자원이 되는 지식사회이며, 윤리기준마저 국경을 넘어 통용되는 세계화 시대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표절 퇴치는 한국을 한 걸음 더 선진화하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사회적 과제이다.

먼저 표절은 훔치는 행위임을 어릴 때부터 정확히 인식시키고 다른 사람의 표현이나 생각을 사용할 때 올바르게 출처를 밝히게 하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의 대학에서 지난 10년 동안 ‘표절은 범죄’라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학생의 인성 개발, 자긍심 고취, 창조적 사고의 함양 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대다수 국내 대학은 학생에게 표절의 심각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미국 대학의 홈페이지에서 ‘plagiarism(표절)’이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강조하면서 올바른 인용 방법을 가르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학교에서 표절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일은 특히 중요하다. 학생이 표절은 범죄임을 깨닫지 못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엄청나다.

표절처벌법까지 가지 않기를

둘째,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지도층 인사가 범한 표절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권리와 의무가 병행하듯이 문명사회에서 리더가 누리는 명예와 명성은 이들이 지켜야 할 윤리 도덕과 병행하기 때문이다. 표절을 하지 않는 자세는 지식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이다. 사회지도층 인사가 ‘표절은 관행’이라는 식의 궤변으로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려고만 한다면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이런 궤변이 용납된다면 표절은 근절되지 않는다.

셋째, 표절을 범법행위로 취급하고 사법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가능성도 있다. 스튜어트 그린의 논문에 따르면 표절은 정부가 기소할 수 있는 범법행위(절도, 사기, 문서위조 또는 불공정거래 등)에 속하지만 해당 공동체 안에서 표절에 대한 벌이 충분하다면 정부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 표절에 대해 묵과하거나 은폐하는 경향이 지속된다면 표절 퇴치를 위한 정부와 법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게 되겠지만 이런 단계까지 이르지 않기를 필자는 바란다.

독고 윤 아주대 교수 경영학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