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씨 “한류 호감=한국 호감 아니다”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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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 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16일 방송인 박정숙 씨와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씨,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을 지낸 카터 에커트 석좌교수(왼쪽부터)가 ‘한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보스턴=공종식 특파원
미국 보스턴 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16일 방송인 박정숙 씨와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씨,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을 지낸 카터 에커트 석좌교수(왼쪽부터)가 ‘한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보스턴=공종식 특파원
《“이제 한일 관계를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겨울연가’를 봐야 한다.” 16일 미국 보스턴 시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에서는 ‘한류’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동아시아를 전공하는 미국의 저명 교수들은 “한류가 한국,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 코드가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한류가 할리우드의 실패와 성공에서 배울 게 많다”고 충고했다.》

데이비드 레허니 위스콘신-매디슨대 정치학과 교수는 “가수 보아, 그리고 ‘겨울연가’에서 나타난 ‘용사마 신드롬’은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동시에 이란 인도네시아 등에서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인기 있지만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낮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어떤 국가의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해당 국가에 대한 호감도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면서 “한류도 이런 할리우드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에일린 차우 하버드대 동아시아과 교수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만든 리안(李安) 감독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할리우드의 경쟁력은 전 세계의 재능을 활용한다는 점”이라며 “한류가 할리우드의 성공에서도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매칸 하버드대 동아시아과 교수는 “서구 열강 침탈과 일본제국주의 세력 확대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동아시아에서는 국경을 넘는 문화의 우호적인 교류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며 “한류는 이런 시기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씨는 ‘한류’라는 말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힙합 음악을 하면서 미국 아티스트들과 공동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처럼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일하는 단계에서 새로운 말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씨는 특유의 재치와 말솜씨로 관심을 모았다. 가수 ‘비’의 프로듀서인 그는 ‘비’가 지난해 올린 매출이 2000만 달러(약 190억 원)에 이르렀다고 공개했다. 그는 미국에서 다음 단계 한류를 이끌기 위해 ‘JYP 맨해튼 센터’를 운영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한국에서 전문 MC로 활동하다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방송인 박정숙 씨도 “한류를 통해 베트남에서 반한 감정이 완화되고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개선되는 등 한류가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계 학생 400여 명이 방청석을 가득 메워 성황을 이뤘다.

▼ 한류가수들 中서 ‘썰렁한’ 공연▼

한편 한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 후원으로 16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막을 올린 ‘2007 한중문화교류축제-루미나리에’가 출발부터 파행을 겪었다.

한국의 타갈드코리아와 중국 베이징거화원화(北京歌華文化)는 이날 오후 6시 하이뎬(海淀) 공원에서 한중문화교류축제 개막식을 열었다. 그러나 베이징 시 부시장을 비롯한 중국과 한국 측 귀빈들이 개막식에 불참한 것은 물론 관객 규모도 예상치인 1만5000명에 훨씬 못 미치는 100명에 불과했다. 행사는 다음 달 11일까지.

보스턴=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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