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인 박진영(35) 씨가 세계로 뻗어 가는 우리의 문화상품에서 ‘한류(韓流)’라는 국가 라벨을 떼어 내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처음엔 별 형태도 없던 한류가 왜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면서 ‘한국 만세’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류 속에 스며든 민족 이념의 과잉이 주변국들의 반감을 자초하고, 문화 수출을 방해한다는 얘기다.
▷1997년 중국에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로 불기 시작한 한류는 영화 음악 엔터테인먼트로 영역을 넓히면서 지금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세(勢)를 확장하고 있다. 북한에까지 ‘침투’했다고 하니 그 위력을 알 만하다. 그 여파로 은행과 기업들이 앞 다퉈 공연 지원과 드라마 제작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대학엔 한류 관련 학과와 심지어 박사과정까지 생겼다. 정부는 한류상품 수출에 금융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섰다.
▷한류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작년 총 208편, 2451만 달러어치의 영화가 수출됐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68% 감소했다. 한류의 쇠퇴는 아니지만 ‘소강 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박 씨가 말한 ‘민족 과잉’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민족이 우리에겐 귀중한 가치일지라도 다른 이들에겐 ‘배타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우리의 보배인 한류를 더 오래 지속시키고, 더 크게 키우려면 수용자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는 요소는 가능한 한 줄여야 할 것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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