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사진은 그 자체로 삶이자 역사다. 사진기자(작가)들이 사선을 넘나들며 극적으로 포착한 순간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 생생한 사료다. 이런 보도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으면 세계가 보이고 역사가 꿈틀거린다. 동아일보사 서울신문사 세계보도사진재단(WPPF)이 9일∼3월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에서 주최하는 ‘Things As They Are(존재 그대로의 사실)’전은 세계보도사진으로 본 반세기 현대사 전시라 할 만하다. 전시는 1955년부터 매년 열린 세계보도사진전에서 ‘올해의 사진상’을 받은 작품을 선보이는 ‘월드 프레스 포토 50’ 등 세 코너로 이뤄진다. 세계보도사진전은 세계보도사진재단이 주최하는 사진콘테스트다. 나머지 코너는 ‘한국의 포토저널리즘’과 ‘존재 그대로의 사실’전이다.》
‘월드 프레스 포토 50’에서는 1955년 첫 수상작 모겐스 본 하벤의 사진부터 2005년 수상작까지 50점을 전시한다.
본 하벤의 작품은 모터사이클 대회에서 사이클이 미끄러지면서 선수가 땅에 처박히는 순간을 담았다. 하벤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던 자리는 충돌 사고를 당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1962년 수상작은 헥터 론돈 로베라의 ‘저격당한 군인과 그를 안고 있는 신부’. 베네수엘라 쿠데타 때 이 사진을 찍은 로베라는 저격수의 총알 세례를 피하기 위해 기어 다녀야만 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사진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미국의 오비 카터는 1974년 아프리카 대기근의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1만6000km를 헤맨 끝에 기아의 가장 큰 희생자인 어린이의 표정을 담을 수 있었다.
1984년 수상작 파블로 바르톨로뮤의 사진 앞에선 눈을 뜰 수 없다. 인도 보팔시 화학공장의 유독가스 누출로 숨진 아이의 눈이 산업화로 인한 대재앙을 고발하고 있다.
다른 수상작들도 세계사의 처연한 현장을 담았다. ‘걸프전 마지막 날 오발 사고로 죽은 동료를 슬퍼하는 미군 병사’(1991) ‘알제리 벤탈라 학살 사건 이후 사상자가 안치된 병원에서 비통해하는 여성’(1997) ‘남편을 잃은 코소보 해방군의 아내를 위로하는 친지들’(1998) ‘탈수증으로 죽은 한 살짜리 아프가니스탄 아이의 잠자는 듯한 얼굴’(2001) ‘포로수용소에 갇힌 채 아이를 위로하는 이라크 남성’(2003) 등.
‘한국의 포토저널리즘’ 코너에서는 ‘월드 프레스 포토 50’과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 현대사를 담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1980년 5월 19일 계엄군이 시위하던 시민들을 진압봉으로 구타하는 장면을 담은 ‘5·18민주화운동’(황종건), 1987년 6월 9일 시위 도중 머리에 최루탄을 맞고 쓰러지는 이한열 군을 찍은 ‘6월 항쟁’(정태원), ‘1990년 7월 10일 정원식 당시 문교부 장관이 탄 차의 지붕을 발로 찌그러뜨리는 대학생’(김동철) 등.
세 번째 코너 ‘존재 그대로의 사실’에서는 ‘잡지의 전성기’(1955∼1964) ‘베트남 시대’(1965∼1974) ‘영웅과 반영웅’(1975∼1984) ‘새로운 세계 질서’(1985∼1994) ‘기자-예술가의 등장’(1995∼2005) 등 다섯 주제로 나눠 200여 점의 보도 사진을 선보인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리처드 애버던 등 세계 보도사진사의 한 획을 긋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8000원, 초중고교생 5000원. 02-2020-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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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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