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는 미래-미래학 20선]<16>하류사회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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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에겐 무엇이 부족한 걸까? 그것은 의욕이다. 중류가 되고자 하는 의욕이 없는 사람들. 중류에서 내려온 사람들, 혹은 떨어진 사람들 그들이 하류이다.》

희망 없는 사회가 하류를 낳는다

‘히키코모리.’ 이는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채 집안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일본의 젊은 층을 걱정하는 이들의 입에서 흔히 나오는 단어다. 이와 유사하게 일본 사회를 걱정하는 새로운 단어가 또 있다. 마케팅과 사회학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우라 아쓰시(三浦展)의 책에서 만나는 ‘하류사회’다. 일본의 20년 장기 불황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이 단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은 꼭 바다 건너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후 나타나는 중산층의 몰락,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청년실업자의 양산 등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실이 가슴을 찌른다.

일본 사회의 문제점은 30대 초반 젊은 세대의 하류화 경향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이미 ‘하류’가 40%를 차지하며, 20∼34세의 프리터, 쉽게 말해 아르바이트직 근로자들이 400만 명을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우라가 말하는 하류는 하층민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물질적인 궁핍보다 희망과 의욕의 부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산이 많진 않으나 매년 소득이 늘어 생활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희망이나 중산층으로 올라가겠다는 의욕이 사라진 사회는 더 많은 하류를 양산해 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분명한 사실은 기회의 균등이 한층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사회적 대책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취하자고 제안한다. 하류계층에 입시 가산점을 주고, 도쿄대 수업료를 무료로 하며, 대학수업을 인터넷화하고, 지방에서 도쿄로 진학했을 때 자금 지원을 하고, 상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은 ‘분열의 국가’로 치닫는 불행을 막고 ‘대문화국가’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개인 차원에선 커뮤니케이션과 대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다움만을 고집해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피하고 사회 적응을 거부하는 젊은이는 낮은 계층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류화를 막는 지름길은 사회 곳곳에 막혀 있는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한국은 2002년 소득 분포 최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39.7%를 차지했다. 지난해 그 비중은 38.9%로 줄었다. 최하위 20%의 몫도 7.7%에서 7.2%로 줄었다. 그 대신 중간층 60%의 몫은 52.7%에서 53.9%로 늘었다. 이 통계를 보면 지난 3년간 최하위 20%의 형편이 나머지 80%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나빠졌지만 전체적인 소득 불균형은 완화 추세를 보인다. 지금 한국의 문제는 ‘양극화’라기보다 빈곤층의 빈곤이 심화되는 ‘신(新)빈곤층’의 문제라는 얘기다.

일본의 하류사회화를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사회를 그런 잘못이 나타나기 전에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서진영 서울과학종합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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